회담 성사 막후에 ‘이병기-야치 라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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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외교장관 28일 ‘위안부 해법’ 회담]
위안부 실무협의 제자리 맴돌자, 12월들어 비선 가동… 22일 회동
양국정상 최측근, 고비마다 돌파구

일본 언론들은 한일 외교장관 회담 성사를 위해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의 ‘이병기-야치’ 라인이 물밑에서 움직였다고 관측했다.

지난달 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조기 타결을 위해 협의를 가속화한다’고 합의하고도 돌파구를 못 찾자 야치 국장이 이달 22, 23일 한국으로 건너와 이 실장을 만났고 외교장관 회담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비서실장이고, 야치 국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외교 브레인’으로 불린다. 양국 정상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측근 인사들이다.

이 실장은 주일 대사 시절(2013년 4월∼2014년 6월)부터 야치 국장과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이 실장이 국가정보원장을 지내던 지난해 1월에는 국가안전보장국을 새로 만드는 야치 국장에게 상당한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병기-야치 라인은 이후 한일관계가 고비를 겪을 때마다 수면 위아래를 오가며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했다. 야치 국장은 지난해 10월 공식 방한해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이 실장을 만났으며, 올 6월에는 비공식적으로 한국에 와 이 실장과 위안부 문제 및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했다고 한다. 특히 6월 22일 서울과 도쿄에서 진행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에 양국 정상이 참석한 것에도 두 사람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일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단독 정상회담에 배석하며 다시 얼굴을 마주했다. 그런데 정상회담 이후 두 차례 열린 국장급 협의에서 위안부 관련 논의가 평행선을 그리자 이병기-야치 라인이 재가동됐다. 요미우리신문은 “12월 들어 이병기-야치 협의가 수면 아래서 빈번하게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외교 고위관계자는 “국장급 협의뿐 아니라 중층적으로 협의를 이어 왔다”며 비선이 가동됐음을 시인했다. 공감대가 형성되자 야치 국장이 방한해 외교장관 회담을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야치 국장은 중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 현지를 찾아 사전 조율을 하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이병기#야치#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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