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살]정치 1번지 종로 “센 사람 말고 진짜 일할 사람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女女대결 서초갑 “진득하게 뿌리 내릴 후보 뽑을 것”
최대 승부처 서울에도 슬슬 총선 바람

서울 서초갑에서는 새누리당 여성 예비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배드민턴 동호회원과 인사하는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왼쪽 사진)과 노인복지회관에서 배식 활동을 하는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변영욱 기자 cut@donga.com·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 서초갑에서는 새누리당 여성 예비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배드민턴 동호회원과 인사하는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왼쪽 사진)과 노인복지회관에서 배식 활동을 하는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변영욱 기자 cut@donga.com·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내년 4월 치러지는 20대 총선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서울 민심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역대로 서울은 총선 전체의 흐름을 보여 주는 표심의 바로미터였다. 18대 총선에선 ‘뉴타운 광풍’으로 여당이 전체 48석 중 40석을 싹쓸이했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선 야권 연대를 기반으로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온 야당이 32곳에서 승리해 뒤집기에 성공했다.

종로 “진짜 일꾼을 찾겠다”


거물급 정치인을 배출해 낸 ‘정치 1번지’ 종로. 주민들은 하나같이 “진짜 일할 사람이 누군지 보겠다”고 입을 모았다. 종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홍모 씨는 “종로는 각종 문화재 때문에 규제가 가장 많은 동네”라며 “그동안 ‘센 사람’들이 와 종로를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 줄 거라 믿었는데 달라진 게 별로 없다”고 했다.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여야 중진급 의원들이 지역을 누비고 있다. 수성에 나서야 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은 5선의 중진 의원이지만 ‘종로에선 초선’이라고 강조한다. 의정보고회만 72차례 열었고 연말까지 100회를 채울 계획이라고 한다. 정 의원은 “내가 당 대표를 맡아 치른 2010년 지방선거가 최근 가장 대승한 선거”라며 “야당이 유능한 정당임을 보여 줘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지역구 탈환을 노리는 여권에선 2002년 이후 종로에서 내리 3선을 지낸 박진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선 경쟁이 치열하다.

박 전 의원은 10년간 종로에서 의정 활동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박 전 의원은 길에서 마주친 주민들에게 가족의 안부를 전할 정도로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종로의 뿌리 깊은 나무로서 국민 통합의 새로운 구심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서울시장직을 내놓은 뒤 야인 생활을 한 오 전 시장은 20대 총선을 정치적 재기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참모들과 종로 17개 동을 골목골목 다니며 맞춤형 공약을 준비 중이다. 오 전 시장은 “종로는 2012년 총선, 대선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패배한 지역이다. 인물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초 “뿌리내릴 사람 필요하다”

여당의 절대 강세 지역인 ‘강남 벨트’에서는 전·현직 정권 실세 등 여권 인사들이 총출동해 치열한 당내 경선을 예고하고 있다.

서초갑은 벌써부터 뜨겁다. 현직인 김회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후보들은 신발 끈을 동여매고 지역 주민을 찾아다니고 있다. 주민들은 “이번만큼은 서초에 뿌리내릴 후보를 찾겠다”고 현미경 공약 검증을 시사하고 있다. 20년 넘게 반포동에서 구두 수선을 해 왔다는 최모 씨는 “서초는 선거 때마다 ‘낙하산 물갈이’만 너무 많았다”며 “진득하게 서초에 뿌리내릴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년 만에 서초갑에서 3선을 노리고 있는 새누리당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주민들이 원하는 숙원 사업을 이뤄 내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나는 서초 현안을 공부하는 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며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어 현장에 즉각 투입돼 주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과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윤선 전 수석도 “14년의 정치 경험을 앞으로는 서초 주민들에게만 쏟고 싶다”며 출사표를 냈다. 서초구에 있는 세화여고를 졸업한 조 전 수석은 “추억과 경험이 쌓인 동네를 돌다 보니 왜 고향에서 정치를 하는지 이해가 간다. 구석구석 하찮게 보이는 곳이 없다”며 “우리가 만든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다시 국회에서 뒷받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초을에선 ‘박근혜의 경제교사’로 불린 강석훈 의원과 ‘이명박의 입’으로 통했던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이 경쟁하고 있다. 현역 지역구 의원인 강 의원은 “서초 주민과 나라만 바라보면서 의정 활동에 전념했다. 서초의 자존심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수석도 “지역 주민들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내 모든 경험을 쏟아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밖에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처남인 최양호 현대경제연구원 고문도 서초갑 출마를 선언했고, 김 대표와 가까운 정옥임 전 의원과 서초구청장을 지낸 박성중 전 구청장도 서초을에서 표밭을 다지고 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이재명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