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링거 맞으며…“부강한 나라 만들겠다는 부친 약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6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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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편도선이 붓고 복통에 열까지 나 매일 주사와 링거를 맞으며 (순방 일정을) 강행군했습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오전(현지 시간) 남미 순방 마지막 방문지인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기자들 앞에서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공개했다. 박 대통령이 귀국한 뒤 해결해야 할 과제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18일 콜롬비아 동포간담회 당시 수행원들에게 ‘(수도 보고타의 지대가 높아 생기는) 고산병을 느끼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목으로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16일 출국 전날에도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출국일이 세월호 참사 1주기인 날이어서 세월호 일정을 어떻게 소화할지 막판까지 고심했다. 여기에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된 이완구 국무총리의 퇴진 요구까지 빗발치자 출국 직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독대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그럼에도 이 총리의 말 바꾸기 논란이 커지면서 ‘대통령 순방 중 사의표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27일 귀국 직후 이 총리의 사표 수리와 함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임 총리 후보자 지명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해 특별검사제 도입과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퇴진 요구 등 야당의 파상공세에도 맞서야 한다. 민심의 풍향계가 될 4·29 재·보궐선거 결과도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 등 개혁과제의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주 수요일까지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휴식을 취하며 건강을 챙기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당장 국무회의나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도 없다. 결국 4·29 재·보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치적 논쟁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당분간 성완종 게이트 수사 등을 지켜보며 후임 총리 물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3년 차 최대 위기를 정면 돌파하느냐가 후임 총리 인선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25일 이번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상파울루의 한 호텔에서 패션쇼와 케이팝 공연을 결합한 ‘Fashion(패션) & Passion(열정)’ 행사에 참석했다.

앞서 열린 동포간담회에는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했던 브라질 이민 1세대 신혜자 씨가 참석했다.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 대통령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가장 아낀 노란색 한복을 줄여 입고 나와 “‘부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당시 부친의 약속이 지켜져 기쁘다”고 말했다. 신 씨는 “우리나라가 세계를 흔들 정도로 발전할 줄 상상도 못했는데 참 대단한 한국”이라고 화답했다.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남미 순방의 최대 성과로 △현지 최대 유통기업들과의 전자상거래 계약 체결 △원격의료 시장(12조 원) 본격 진출 등을 꼽았다.

상파울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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