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깐… 예고없이… 정관계 인사들 ‘몰래 조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성완종 게이트/정치권 회오리]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9일 자살 직전까지 검찰 수사의 핵심 피의자였고, 지금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런 민감함 때문인지 그의 빈소를 방문하는 정·관계 인사들은 평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일부는 인사만 하고 바로 자리를 떴고, 취재진 눈에 띄지 않는 시간대에 빈소를 찾는 사람도 있었다. 생전 성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인사 가운데는 조문은커녕 화환조차 보내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오전 8시 18분경 예고 없이 빈소를 방문했다가 불과 7분 만에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 시간대는 빈소에서 밤샘 취재를 했던 기자들이 잠시 눈을 붙이는 시간대다. 황 부총리는 일부 기자들이 황급히 따라붙자 도망치듯 떠났다.

장례위원회 관계자는 “정관계 고위 인사들은 하나같이 예고 없이 방문한다. 황 부총리의 경우 아무 연락 없이 빈소(3층)로 올라와 너무 놀랐다. 일부 고위 인사들은 미리 (방문 사실을) 알려오지만 거의 도착할 때쯤 수행비서를 통해 연락해 온다”고 전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12일 오전 1시 반에 빈소를 찾았고, 이완섭 서산시장은 공식 조문 전인 10일 오전 일찍 다녀갔다.

화환은 날이 갈수록 장례식장 안팎을 뒤덮고 있다. 하지만 굴지의 기업 회장과 국회의원 출신의 빈소임을 감안하면 정·관계 인사의 화환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조문객은 12일 오후 1시 기준으로 4100명을 넘어섰지만 지역주민과 장학재단 관계자, 사업 관계에 있던 사람 등이 대부분이었다.

빈소를 방문한 정·관계 인사들은 언론 취재를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이다. 평소 얼굴을 알리기 위해 언론 노출에 적극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한결같이 성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했다. 10일 오후 1시10분경 조문을 하고 돌아가던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당 차원이 아닌 개인적 차원의 조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