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판매를 시작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은 교보문고에서 3일 오전까지 2200부 가량 판매됐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도 3일 오전까지 6일간 1318부가 팔렸다. 출간 전 화제가 된 신간은 발간 2,3일 안에 1만부 이상 팔리는 경우가 많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판매가 저조한 이유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온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책이 서점에 깔리기 전에 핵심 내용이 언론에 공개돼 굳이 사볼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이 확고한 지지층이 적고 대중적 인기가 떨어지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한 ‘MB의 비용’도 비슷한 시기 출간돼 ‘친MB VS 반MB’ 구도로 화제를 모았지만 5일간 243권(예스24 기준) 판매에 그쳤다.
기본적으로 국내 대통령 회고록을 국민들이 ‘굳이 사서 읽을 만하지 않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이 전 대통령 회고록의 경우 외교정책, 자원외교, 4대강 환경 등 쟁점에 대해 자화자찬, 자기합리화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800쪽 내내 ‘기-승-전-자화자찬’ 구조가 반복된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김영삼 전 대통령 회고록은 외환위기에 대한 반성이 없고 노태우 전 대통령 회고록 역시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외면한데다 비자금 문제를 변명으로만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은 출생의 비밀은 고백했지만 정치자금 문제, 아들 비리 문제 등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해외에서는 대통령 회고록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3년이 지난 2004년 발간한 회고록 ‘마이 라이프’는 1주일 만에 100만 부가 팔렸다. 불우한 어린 시절, 정치권력 문제, 섹스 스캔들을 일으켰던 르윈스키 사건 등 치부를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회고록엔 자기 자랑이 어느 정도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회고록은 대통령 개인사를 넘어 최고 지도자가 기억하는 국가 운영의 역사적 사료다. 임기 동안의 명암이 균형 있게 들어가야 교훈이 될 수 있다. 정확한 사실을 밝히고 잘못은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인간적 고뇌를 담아내는 대통령 회고록을 볼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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