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들끓는 여론에 ‘저소득층 건보료부터 인하’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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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내각 긴급 정책회의]전문가들 “일 더 꼬이게 만드는 미봉책”
직장인-자영업자 형평이 관건인데 더 걷을 대상 놔두면 건보재정 악화

정부가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중단에 따른 비난 여론이 들끓자 상반기(1∼6월)에 저소득층의 건보료 부담을 줄이는 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송파 세 모녀처럼 ‘소득 500만 원 이하’지만 재산(자동차) 때문에 건보료를 많이 내는 지역가입자 약 600만 명부터 일단 구제하고 보겠다는 것. 하지만 정부의 이런 조치가 전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혁의 핵심은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다. 즉 임대, 금융 등 추가소득이 많은 고소득 직장인과 직장인의 형제 부모라는 이유로 소득은 상당하지만 건보료를 내지 않던 피부양자는 부담을 늘리고, 소득은 적은데 재산이 많아 건보료를 많이 내던 자영업자들은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부과체계의 모순은 그대로 두고, 저소득층의 건보료 인하부터 단행하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는 “건보료 개편은 당근과 채찍을 잘 사용해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인데, 건보료를 내리는 조치를 먼저 하면, 나중에 올리는 작업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도 “고소득 직장인의 건보료 인상과 저소득층의 건보료 인하는 세트로 같이 가야 한다”며 “먼저 내리는 것만 하면 내년 4월 보궐선거 등 정치권 일정이 이어져 건보료 부과체계 개혁은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건보 재정도 문제다.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에 따르면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인하를 단행할 경우 최대 2조61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돈은 피부양자와 고소득 직장인의 건보료 인상(최대 1조5260억 원)을 통해 충당할 예정이었다. 정부 방침대로 건보료 인하부터 단행했는데, 전체 부과체계 개편이 좌초될 경우 향후 건보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향후 국민 전체의 건보료를 추가 인상해야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재원 조달 방법이 없는 복지 정책은 한계가 있는데, 저소득층의 건보료부터 내리면 당장은 수습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건보 재정 문제가 생긴다”며 “고소득 직장인의 건보료 인상 등을 포함한 재원 마련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의 건보료부터 내리겠다는 정부 방침은 향후 당정 협의 과정에서 재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2일 원내대표와 정책위원장 선거 이후 건보료 개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건강보험료#저소득층 건보료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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