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朴대통령, 당신이 말하는 것을 본인이 모르는 듯”

  • 동아닷컴
  • 입력 2014년 12월 16일 10시 30분


문민정부에서 통일부총리, 국민의 정부에서 교육부총리, 참여정부에서 적십자사 총재를 지낸 한완상 전 부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유체이탈식 발언’을 하고 있다. 당신이 말하는 것을 본인이 모르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전 부총리는 15일 오후 CBS 라디오에 출연, 박근혜 정부 출범 약 2년을 평가하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한 전 부총리는 특히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한 마디로 형편없다” 혹평했다.
그는 그 이유로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주창했지만 실제로는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불신하는 이야기만 해왔고, 외국에 나가서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을 옥죄는 발언을 했으며 국내 극우·냉전 세력들이 벌이는 반목행사(대북 전단지 살포 등) 방치 등 북측을 화나게 하는 행동만 골라서 해 북한은 ‘이거 신뢰 프로세스가 아니라 불신 프로세스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부총리는 “1년 10개월 동안 그런 행동들을 하면서 ‘통일대박’ 언급하고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했다”며 “남북간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통일준비위원회 만들면 어떻게 하나. 자칫 잘못하면 통일 안 되게 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일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앞뒤가 안 맞는 일을 하고 있다”며 “제일 불안한 것은 대통령의 언행불일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일에 관한 언술과 발표는 말 그대로 대박이고 참 좋은데, 하는 일은 대박과 정반대 쪽박으로 가고 있다”며 “남북관계에 불신이 쌓여가고 있는데도 ‘언행불일치’의 심각성을 본인이 모르는 것 같다. 알면 ‘유체이탈식 발언’을 안 할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한 전 부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한 2년 가까이 지켜보니까 당신이 말하는 것을 본인이 모르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이 국정농단 논란은 한 마디로 말하면 불투명성 때문에 비롯된 일”이라며 “그런데 당신이 그 불투명의 핵심부에 있으면서 비서들한테는 ‘국민이 정부에서 하는 일들을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라(12월 9일 국무회의 발언)’라고 하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면 그런 말씀 못 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하는 말이 어떻게 국민에게 전달되는 지, 어떻게 역사에 기록이 되는지를 본인이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면서 “사실 그걸 깨닫게 해 주는 사람들이 청와대 참모진, 비서진인데 이들도 그것을 못 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참모진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 전 부총리는 박근혜 집권 약 2년을 총체적으로 평가해 달라는 주문에 “잘 한 것은 외국에 나가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려줬다는 것, 한복을 입어 우아하게 보였다는 것 외에 본질적 차원에서는 (없는 것 같다)”며 “본인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면 다시 기대를 걸 수 있는데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역사가 후퇴해서 유신체제나 해방 후 혼란기보다 훨씬 더 뒤로 되돌아가 조선조시대 궁정에서 벌어지는 알력다툼으로 보이지 않나, 십상시 운운하는데 이게 대체 언젯적 이야기냐”면서 “역사가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이렇게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은 경악스러운 것인데 (박 대통령은) 경악의 뜻도 모르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 전 부총리는 내년이 분단 70주년이라며 “내년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꼭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2015년에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며 “평화체제로 이행하게 되면 세계역사에 획을 긋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벨상은 안 탈 수가 없다”며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주문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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