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황장엽 선생 생전 ‘김일성은 속물’ 비판”

  • 채널A
  • 입력 2014년 7월 10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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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성은 6·25 전쟁 일으킨 ‘전쟁 범죄자’
○ 황장엽, “마오쩌둥과 스탈린은 악당이지만 영웅적 풍모 있어”
○ 北 김정은, 할아버지 김일성 따라하는 이유는?


보수논객 조갑제 대표는 10일 채널A 정치이야기 ‘시시비비’(진행·목진휴 국민대 교수)에 출연해 “김일성 사후 20년이 지났지만 김일성은 아직 죽은 게 아니다”며 “우리 사회에 김일성의 주체 사상을 따르는 이들이 사라져야 김일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북한 체제의 정점에 서 있는 ‘김일성’을 세 가지 관점에서 요약했다. 그는 “첫 째 김일성은 6·25 남침 전쟁을 일으켜 300만 명을 죽게 한 ‘전쟁 범죄자’, 둘째 북한 동포 2300만 명을 짐승처럼 살게 만든 ‘민족반역자’, 그리고 아웅산 테러 등 수많은 테러를 지휘한 ‘테러 수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으로 귀순한 황장엽 선생은 생전 사석에서 ‘김일성은 속물’이라고 표현했다”며 “말년에 김일성은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줬음에도 김정일 눈치를 볼 정도로 비참하게 생을 마쳤다”고 말했다. 영웅적 풍모는커녕 ‘속물’적 근성을 내비친 인물이라는 평가였다.

<다음은 조갑제 대표와 진행자 목진휴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김일성은 한반도 역사뿐만 아니라 동북아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인데, 김일성 사망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김일성은 1994년 7월 8일 사망했고, 공식 발표는 9일 이뤄졌다. 김일성은 쉽게 말하면 우리민족 가운데 가장 나쁜 사람이다. 세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300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한반도를 국제 전쟁터로 만든 ‘전쟁 범죄자’, 둘째는 북한 2300만 국민을 열등 민족으로 만든 ‘민족반역자’이다. 오늘날 북한 남자의 평균 신장이 160cm, 평균 수명은 60세에 불과하다. 또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미얀마 아웅산 폭발사건의 주범이자 귀국 노동자들이 탄 대한항공 비행기를 폭발시켜 115명을 죽게 만든 테러의 장본인이다. 이런 악행 리스트를 다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다.”

● 황장엽 “김일성은 속물이었다”…왜?

―일전에 개성공단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북한군을 처음 봤다. 너무 키가 작아 마치 중학생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통계로도 입증된다. 해방 때 한국 남자의 평균 키가 165cm였다. 오늘날 남한 남자는 174cm로 9cm가 컸다. 그런데 같은 기간 북한은 5cm 줄었다. 세계적으로 평균키가 줄어든 유일한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황장엽이 생존해 있을 때, “김일성은 속물”이라고 표현했다던데.

“사실이다. 황 선생이 망명했을 당시 그가 김일성만큼은 비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대외적으로는 언급을 자제했다. 그런데 사석에서는 비판을 한 것이 사실이다. 돌아가시기 한 달 전 내게 이렇게 표현했다. 스탈린과 마오쩌둥(毛澤東)은 악당이지만 나름대로 영웅적인 풍모를 갖고 있었다. 예컨대 마오쩌둥의 아들을 한국전에 참전해 전사했다. 스탈린 아들도 나찌와의 전쟁에서 포로가 돼 수용소에서 죽었다. 하지만 김일성은 공산주의라면서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나중에는 아들이 무서워했다. 심지어 1992년 2월 16일 김정일 50번째 생일에 아들을 칭송하는 한시(漢詩)를 써 받쳤다. ‘백두산정 정일봉(白頭山頂正日峯)…’으로 시작하는 낯간지러운 찬양이었다. 이를 떠올리며 황 선생이 ‘김일성은 속물이다’라는 심한 비판을 한 것이다.”

―김일성이 아들 김정일에게 비굴했던 이유는…?

“말년에 김일성은 비참했다. 1994년 김일성이 죽었을 때 우리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오판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권력 구조를 몰랐던 탓이다. 이미 1980년대 전반기부터 김일성-김정일 공동정권이 됐고 후반부는 아예 김정일 단독 정권으로 바뀐다. 아버지는 포위가 된 것이다. 김일성은 김정일에게 혼도 나고…. 한번은 한국 기업인 만난 자리에서 ‘망명하고 싶다’고 얘기했다는 설도 있다.”

● 말년의 김일성, 김정일 세력에 포위당해

―일설에는 7월 8일이 진짜 사망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는데.

“아니다. 8일이 확실하다. 다만 당시 김일성이 있던 묘향산에 비가 많이 와서 치료하러 온 헬리콥터가 추락한 것을 우리 군이 확인한 바 있다. 김일성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 이것은 일종의 미스터리다. 아들 김정일이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갔을 수 있다. 더구나 당시는 김영삼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있었다. 김정일은 자기 아버지가 이를 통해 권력 중심으로 복귀하거나, 남한에 지나친 양보를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진상은 통일 이후에 밝혀질 것이다.”

―말년에 김일성이 그런 대우를 받았는데도 아직도 김일성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오죽하면 김정은이 자기 할아버지 비슷하게 하고 다닐까?

“그것은 김일성의 권위를 이용하는 것이다. 소련에서 레닌과 스탈린의 관계가 이와 비슷했다. 레닌은 스탈린을 후계자로 삼지 않으려고 했음에도 스탈린은 뇌졸중에 걸린 레닌을 모시고 그의 발언을 인용해 권력을 유지했다. 이건 일종의 통치 기술이다. 김일성을 부정하고 북한 체제는 유지될 수가 없다.

오히려 김일성의 문제는 우리가 안고 있다. 나는 김일성이 우리 민족 600만 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으로 본다. 6.25 전쟁 당시 300만이 죽었고 이후 북한 주민을 굶겨 죽여서 100~300만 명, 또 강제수용소에서 100만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600만 명의 시신을 일렬로 세워놓으면 9000km가 넘는다. 서울에서 프랑스 파리까지의 거리가 된다.

이런 자를 비판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으면 한국인도 아니고 인간일 수도 없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안고 있는 정치적 혼란, 가치관 도덕성의 혼란의 기저에는 김일성을 비판하고 미워할 줄 모르는 사람이 한국 사회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무드에 ‘잔인한 자를 동정하는 자는 동정받을 자에게 잔인하게 된다’는 구절이 있다. 잔인한 김일성을 동장하는 자는 북한 인민들에게 잔인한 것이 된다. 이 같은 이유로 김일성은 아직 죽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주사파가 사라지고 종북 세력이 죽어야 김일성이 진정 죽는 것이다.”

정호재 |보도본부 편집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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