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가인]아리랑TV 사장, 누굴 위한 자리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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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기 예외없이 낙하산… 개국후 8명중 2명만 임기 채워
이번엔 3개월만에 입각 진기록… “與 인사 명함 챙겨주는 곳 전락”

구가인·문화부
구가인·문화부
아리랑TV는 사장이 자주 바뀌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정권 교체기에는 예외 없이 사장이 교체됐다.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성근 사장까지 포함하면 1997년 2월 개국 후 8명의 사장 중 임기 3년을 채운 이는 두 명뿐이다. 김대중 정부 초에 임명된 황규환, 이명박 정부 초에 임명된 정국록 전 사장이 그들이다.

새 사장이 임명되면 언제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역대 아리랑TV 사장 중에는 정치권 출신이 많다. 2001년 임명된 김충일 전 사장은 당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 수석부대변인, 정국록 전 사장은 이명박 대선 캠프의 특보였다.

정성근 사장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손지애 사장이 올 2월 임기를 6개월 남기고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사퇴한 후 3월 임명됐다. 정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고, 새누리당 파주갑 당협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사장 자리에 오른 지 불과 3개월 만에 아리랑TV 사장 임명권을 쥔 문체부 장관 자리로 옮겨가는 진기록도 세우게 됐다.

아리랑TV는 예산의 55%를 정부 지원에 의존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는 71억 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냈다. 설립 목적은 해외에 한국을 소개하는 것인데 이는 공영방송인 KBS월드도 하는 일이다. 익명을 요구한 언론학자는 “정권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번번이 전문성 없는 낙하산을 내리는 것”이라며 “아리랑TV 사장은 여당 인사들 명함 챙겨주는 자리가 됐다”고 비판했다.

아리랑TV는 이직률이 높은 방송사로 꼽힌다. 새 사장이 조직 개편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입각하게 되자 더욱 어수선한 분위기다. “전혀 모르는 분”을 장관으로 모시게 된 문체부 직원들도 “문체부를 뭐로 보기에”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기자 출신인 신임 장관 내정자의 프로필 어디에도 문화 관련 이력은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만 따져도 유인촌 전 장관은 연극인이었고, 정병국 전 장관은 10년간 국회 문화체육관광 관련 상임위 소속이었으며, 최광식 전 장관은 문화재청장을 지냈다. 현 정부 첫 문체부 장관인 유진룡 장관은 내부 승진자다.

정성근 후보자가 현 정부의 4대 국정 기조인 ‘문화융성’을 제대로 실현해낼 인물인지 모두가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이 된다면 어떤 인물을 아리랑TV 사장으로 내려보낼지도 궁금하다.

구가인·문화부 comedy9@donga.com
#구가인#아리랑tv#정성근#이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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