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무공천 철회]안철수 ‘공천 우세’ 결과에 얼굴 일그러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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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벽에 가로막힌 ‘새정치’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아”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전당원투표 및 국민여론조사 관리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1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아”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전당원투표 및 국민여론조사 관리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1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기초선거 공천과 관련해 국민과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의 생각은 안철수 공동대표와 달랐다. “대표직을 걸겠다”고까지 했던 안 대표로서는 내상이 클 수밖에 없다.

10일 오전 9시 반 국회 당대표실. ‘기초선거 공천’이란 결과가 발표된 직후 안 대표는 “대표는 위임된 권한에 불과하다. 이것이 국민과 당원의 뜻이라면 따르겠다”고 짤막한 답변만 남긴 채 대표실로 들어갔다. 얼굴은 굳은 채였다. 이후 오후 4시까지 홀로 숙고의 시간을 보냈다. 핵심 당직자 몇몇과 간간이 대응책을 논의했을 뿐 대표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점심도 도시락으로 혼자서 해결했다. 그가 받은 충격의 깊이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당내에선 당초 안 대표가 오전 11시경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할 것이란 당직자의 설명이 있었다. 그러나 곧 “오후로 미뤄진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란 말이 더해졌다. “대표직을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오전 9시 여론조사 및 당원투표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안 대표는 낙관했던 것 같다. 결과를 듣기 위해 소집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는 김 대표와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표정이 밝았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이 “어젯밤 잘 잤느냐”고 묻자 “어느 쪽이든 결과를 따르기로 했는데 잘 못 잘 일이 있겠느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석현 ‘전당원투표 및 국민여론조사 관리위원회’ 위원장이 테이프로 밀봉한 봉투를 뜯어 결과를 건네자 안 대표의 얼굴은 곧 일그러졌다고 한다. 한동안 말을 하지 않다가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으니 앞으로 잘 싸워 나가자”란 짤막한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 참석자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안 대표의 표정이 내내 어두웠다. 옆에 있던 김 대표가 안쓰러운 듯 말도 붙이지 못하더라”고 전했다.

당 안팎의 시선은 안 대표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기초선거 무공천’을 ‘새 정치’의 상징이자 새정치연합 창당의 명분으로 내세워 왔고, 이번 당원투표 및 국민여론조사가 ‘신임’을 묻는 성격을 띠었다는 점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성장통’으로 치부하기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며 “당내 강경파에 등을 떼밀려 무공천을 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정치 지도자로서는 상당히 아픈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당의 ‘간판’으로 제대로 활약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도 있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안철수 브랜드는 지난 대선 때처럼 ‘신상’(새로운 상품이라는 속어)으로 비치기 어렵다”며 “지방선거에서 힘을 쓰지 못하면 당내 입지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어떻게든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만 안 대표가 당을 이끌고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지방선거에서 이기더라도 “기초선거 무공천을 강행했으면 졌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당내에선 동정론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이토록 당 안팎에서 두들겨대면 누군들 성하겠나”라며 “이제는 안 대표에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도 “안 대표에게 돌을 던져봤자 괜찮은 대선주자가 계속 망가지는 결과밖엔 안 된다”며 “가뜩이나 쓸만한 상품이 부족한 당의 현실을 고려하면 계파, 출신을 불문하고 안 대표를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는 6·4지방선거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쇄신 공천, 개혁 공천을 통해 새 정치의 여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 공천을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민동용 mindy@donga.com·배혜림 기자
#안철수#공천#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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