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성호]원칙없이 널뛰는 새누리 경선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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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호 기자
고성호 기자
새누리당이 추진했던 ‘6·4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여성 우선공천지역 추가 선정’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와 당 최고위원회가 지난 9일 동안 법석을 떨었지만 결국 당내 잡음만 일으킨 채 말짱 도루묵이 된 셈이다.

서울 종로, 용산, 서초구 등 7개 지역을 여성 우선공천지역으로 지정한 공천위는 19일 서울 강남구, 부산 남·해운대·사상구, 대구 북구, 경북 포항시 등 6곳을 추가 선정했다. 명분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였다. 하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이 강력 반대하면서 의결 단계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당내에서도 공천위의 여성배려 지역 선정을 놓고 ‘주먹구구식’ ‘폭탄 돌리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포항 등 나머지 6곳 지정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이 혼선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공천위는 해당 지역 선정의 구체적 기준과 원칙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 따라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없었다. 당선 가능성과 여성 후보 경쟁력 등을 최우선 기준으로 세웠다고는 하지만 ‘왜 하필 그 지역이냐’는 의문을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했다.

27일 추가 선정을 철회한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김재원 공천위 부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여성의 정치참여라는 취지를 달성하기에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그 토양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치밀한 준비와 엄정한 원칙이 없는 탓에 벌어진 일인데도 한국의 정치 토양을 탓한 것이다.

공천위는 광역단체장을 제외한 지방선거에서 여성과 장애인, 신인 출마자에게 10% 가산점을 부여하는 ‘가산점제’를 일종의 대안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실망한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 컷오프를 놓고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25일 공천위는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을 대상으로 정밀여론조사를 실시해 2명(2배수)으로 압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정 의원과 이 최고위원 측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27일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결국 돌고 돌아서 정몽준, 김황식, 이혜훈 3파전의 제자리인 셈이다.

논란의 불씨가 다 꺼진 것도 아니다. 이번엔 김 전 총리 측이 반발했다. 캠프 총괄을 맡고 있는 이성헌 전 의원이 이날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당 지도부, 특히 공천위의 처사로 인해 마치 특혜에나 기대려는 사람처럼 매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지금까지 경선 관리와 관련해 빚어진 일련의 혼선과 오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분명한 해명을 하고, 구체적 재발방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대강의 큰 그림과 원칙에 합의했다고 해도 세부적 사항을 조율하려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매번 이런 소모적 논란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곳곳에서 벌어질 경선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디테일하게’ 묻고 싶다.

고성호·정치부 sungho@donga.com
#새누리당#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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