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일본인 메구미 부모, 몽골서 北손녀 첫 상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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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日 적십자회담때 비공식 협의… 정치적 이용 막으려 ‘제3국 만남’
“北, 제재탈출 지렛대 활용” 해석도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여성 요코타 메구미(橫田惠) 씨의 부모가 외손녀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처음으로 만났다고 일본 외무성이 16일 발표했다. 북한이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라인을 돌파하기 위해 납북 피해자를 둘러싼 일본과의 교섭을 적극 활용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요코타 씨의 아버지 시게루(滋·81) 씨와 어머니 사키에(早紀江·78) 씨는 10∼14일 요코타 씨의 딸 김혜경 씨(26)를 만났다. 김혜경이란 이름은 요코타 씨와 한국인 납북자 김영남 씨(53) 사이에서 태어난 딸 김은경 씨의 가명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일본 정부는 3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린 북-일 적십자회담 때 비공식 협의를 갖고 김혜경 씨와 요코타 씨 부모의 만남에 합의했다. 김영남 씨는 이 자리에 동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대신 김혜경 씨의 남편과 갓난아기인 딸이 합석했다고 NHK는 전했다.

시게루 씨와 사키에 씨는 평양에서 김혜경 씨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북한의 제안을 줄곧 거부해왔다. 요코타 씨가 자살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는 데 이용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번 만남이 몽골이라는 제3국에서 이뤄진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이들의 만남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혜경 씨는 이번 만남에서 요코타 씨가 사망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사키에 씨는 일본 언론에 밝힌 성명에서 “지금 당장은 이에 대해 말할 수 없다. 우리를 그냥 조용히 쉬게 해 달라”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김혜경 씨의 몽골 방문을 허용한 배경은 납치 문제의 해결을 포함해 일본과의 협의를 진전시키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19, 20일 중국 선양에서 추가로 과장급 북-일 교섭이 열리고 이어 국장급 교섭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요코타 씨는 1970, 80년대 북한 당국이 일본인 출신 공작원 양성을 목적으로 강제 납치를 본격화하면서 발생한 대표적인 희생자다. 그는 13세이던 1977년 니가타(新潟)에서 실종됐다. 북한 당국은 요코타 씨가 1994년 자살했다고 주장했으나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일축해왔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납북 일본인#요코타 메구미#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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