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男배우, 신부의 웨딩드레스 때문에 ‘탄광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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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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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웨딩드레스. 결혼을 꿈꾸는 여성의 로망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결혼식 때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몰래' 입어야 한다.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입는 문화는 서양식 결혼식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이를 '자본주의 결혼식'이라며 금하고 있는 것. 결혼식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게 발각되면 처벌을 면치 못한다.

연예인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신랑이 신부의 웨딩드레스 때문에 '탄광행' 처벌을 받았다. 그는 북한에서 촉망받던 신인배우여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고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에서 활동하는 신인배우 김원일은 최근 결혼식에서 찍은 비디오가 유출돼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결혼식에서 김원일의 신부가 몰래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실이 발각돼서다.

김원일은 북한의 TV 연속극 '수업은 계속된다' 등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린 신인배우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김원일은 '탄광행' 처벌을 받으면서 좌천됐다.

한 북한 주민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김원일이 자신의 결혼식을 촬영한 비디오를 DVD로 만들어 일본에 보냈는데, 그게 다시 평양으로 돌아왔다"면서 "소위 '자본주의 결혼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탄광으로 좌천됐다"고 전했다.

김원일의 가족은 일본에서 귀국한 재일교포로 알려졌다. 그가 일본에 거주하는 친척에게 결혼식을 촬영한 DVD를 보낸 것이 화근이 됐다.

전통적인 북한식 결혼식에서는 신부가 조선치마저고리(한복)를 입는다. 북한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따라 결혼식도 겸손하고 조촐하게 치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감시를 피해 웨딩드레스를 입는 경우도 더러 있단다.

그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결혼식처럼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 전문식당(웨딩홀)에서 식을 올리기도 한다"면서 "사진사를 초청해 결혼식 과정을 찍어서 기념으로 보관한다"고 달라진 북한의 결혼식 문화를 소개했다.

그러나 최근 김원일이 탄광행 처벌을 받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북한에서 '자본주의 결혼식'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RFA는 덧붙였다.

한편, 북한에서는 사상이 흐트러진 사람을 탄광 등 노동현장에 보내서 재교육하는 '혁명화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통상 6개월의 평가 기간을 거쳐 복귀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주희 동아닷컴 기자 ju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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