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원세훈 선거법 적용 기소’ 쫓기듯 발표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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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상적 수사와 달라 배경에 관심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11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하겠다고 발표할 당시 실제로는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소장도 완성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검찰 수사에서 피의자를 불구속 기소하는 경우 공소장을 먼저 작성한 뒤 법원에 제출하기 직전이나 직후에 기소 방침 및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그러나 이번엔 기소 방침을 먼저 밝히고 공소장을 작성하고 있어 선후관계가 뒤바뀌었다. 구속영장 청구가 아닌 불구속 기소 방침을 밝히면서 적용 혐의를 미리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12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수사팀은 이르면 14일 진행할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원 전 원장 등 국정원 사건 관련자에 대한 공소장과 수사 결과 보도자료를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에선 “선거법 공소시효(19일)가 채 열흘도 남지 않은 데다 언론의 관심도 집중된 상태여서 방침을 서둘러 발표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소 발표는 내분이나 갈등 논란을 서둘러 잠재우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부 언론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팀의 반발 기류가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봐주기 논란’이 불거지고 민주당이 황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까지 거론하자 급히 진화에 나섰다는 것.

채동욱 검찰총장이 수사팀 발표 직후 “이번 결정은 검찰의 책임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밝힌 것도 황 장관에게 화살이 쏟아지지 않게 하겠다는 뜻도 있었겠지만 수사팀-대검-법무부의 견해차를 완전히 좁히지 못한 채 결정을 서둘렀다는 얘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했지만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 개입에 대한 원 전 원장의 지시가 구체적이거나 분명하지 않은 데다 직원들이 단 게시글이나 댓글에 대해 사후 보고를 받았는지도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또 대선 기간 야당 후보를 반대한 댓글도 수십 개인 것으로 알려져 이를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 개입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 유죄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소 이후에도 이를 입증할 더욱 구체적인 증거를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원세훈#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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