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차 핵실험]금융시장-산업계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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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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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변수에 강한 내성”… 주가 - 환율 충격 없었다

12일 코스피의 하루 변동폭은 15.02포인트에 그쳤다. 설을 앞둔 평범한 금요일이었던 8일의 하루 변동폭(26.05)보다도 작았다. 외환시장도 차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북한이 유엔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날 국내 금융시장은 이처럼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북한 변수에 대한 내성(耐性)이 강해진 것이다.

○ 외국인은 한국 증시 오히려 순매수

오전 중 소폭 등락을 반복하던 코스피는 북한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낮 12시 30분경 1,943.63으로 전 거래일보다 7.27포인트(0.37%) 떨어졌다. 이 하락폭이 이날 핵실험 충격의 최대치였다. 장 마감 시간, 코스피는 5.11(0.26%) 하락한 1,945.79로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25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1월 2일 1740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한 코스닥지수도 0.69% 하락한 501.48까지 떨어졌다가 서서히 회복돼 503.72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0.24% 하락한 수준이다.

다만 코스닥시장에서 남북경협주는 하락하고 방산주는 급등하는 등 업종별로 명암은 엇갈렸다.

원-달러 환율은 핵실험이라는 대형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락했다. 오전만 해도 핵실험 가능성으로 1098.10원까지 올랐지만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직후 1095.9원으로 오히려 안정세를 보이다 전 거래일보다 4.9원 내린 1090.8원으로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과거 1, 2차 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3차 핵실험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대북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증시 영향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이었다”며 “극단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이상 북한의 도발이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북한 핵실험의 영향은 오래가지 않았다. 1차 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 10월 9일에는 코스피가 2.4%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올랐지만 주가는 1주일, 환율은 2주일 만에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 때는 주가가 3일간 떨어지다 원상회복됐다.

○ 산업계 규탄… 정부 비상대응

산업계는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고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정부는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금융시장 움직임을 지켜봤지만 큰 동요가 없자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논평을 내 북한 핵실험을 규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의 거듭된 경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번 핵실험은 세계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협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공조하려는 전향적 전환이 없는 한 더욱 강력한 제재와 고립에 빠질 뿐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달을 수 있도록 유엔 안보리 등에서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입주 중소기업들이 동요 없이 생산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개성공단은 2004년 시범단지가 조성된 뒤로 현재 123개 기업이 입주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남측 근로자는 786명인데, 설 연휴 등으로 상당수가 빠져나와 12일 현재 개성공단에 머물고 있는 인력은 16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입주기업들은 북한의 핵 실험 소식에 긴장하면서도 당장 생산에 차질은 빚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004년 입주한 의류 제조업체 신원의 관계자는 “과거 북한의 1, 2차 핵실험이나 천안함 폭침 사건 때도 개성공단 조업은 차질을 빚지 않았고 현지에서 생산품의 이동에도 별문제가 없었다”며 “이번에도 정부가 잘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2008년 7월 중단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현대아산도 차질을 빚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은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상황이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경제부처와 금융 당국은 핵 실험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북한 핵실험 영향은 제한적이고 실물경제와 국가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하게 보면서도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될 수 있다고 보고 비상계획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기로 했다.

김현지·김유영·박창규 기자 nuk@donga.com
#북한#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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