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단일화 ‘불신의 늪’에 빠지다

安측 “文캠프, 안철수 양보론 조직적 유포” 룰협상 중단선언… 文 “오해 풀어야”
安측 ‘文의 가시적 조치’ 요구… 정책협의는 예정대로 진행
與 “밀실협의 한계 드러내”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14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열린 농민살림연대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야권후보 ‘단일화 룰’ 협상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왼쪽 사진). 이날 오후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해양수산 및 도시재생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협상 중단 소식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부산=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측이 14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이 흑색선전과 조직적 세몰이를 한다고 비판하며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을 중단했다. 단일화 협상이 초반부터 양측의 불신과 음해로 얼룩지면서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안 후보 캠프 유민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문 후보 주변에서 단일화와 관련해 신뢰를 깨고 있는 것에 대해 빠른 조치를 요구했지만 성실한 답을 듣지 못했다”며 “협의는 당분간 중단된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문 후보 측의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르다. 유불리를 따져 안 후보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 말고 진정으로 정권 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양측 단일화 룰 협상팀의 첫 회의가 열린 지 불과 하루 만의 일이다.

안 후보 측은 ‘안철수 양보론’이 확산되는 것을 협상 중단의 주요 이유로 들었다. 한 관계자는 “허위 사실을 민주당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13일 출시한 ‘안철수 펀드’를 두고 ‘양보한다면서 왜 펀드를 모금하느냐. 사기 아니냐’고 항의하는 전화가 빗발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백원우 전 의원이 안 후보 측 협상단에 한나라당 출신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이 포함된 것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것도 문제 삼았다. 또 문 후보 캠프가 여론조사에 대비해 ‘유무선 전화를 잘 받아라’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는 제보가 다수 들어온 점을 근거로 “조직적 세몰이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문 캠프는 “공식적으로 여론조사 참여를 독려하는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과 진행 중인 경제복지 및 통일외교안보 정책 협의에 대해선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단일화 룰 협상에 대해서도 “문 후보 측의 가시적 조치가 있으면 언제든지 협의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문 후보는 이날 부산에서 협상 중단 소식을 듣고 “오해가 있었다면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양보론’에 대해선 “우리 캠프의 공식 입장도 아니고,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백 전 의원은 문 후보의 정무특보에서 물러났다.

새누리당 안형환 대변인은 “정치가 애들 장난이냐”라며 “정치공학적 밀실 협의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보 사퇴 협상을 빨리 끝내고 국민 앞에 정정당당하게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부산=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