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돈만 버는 영리기업 추구 않는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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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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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 2002년 유망벤처 인수… 경영 어려워지자 지분 매각
안랩이 손뗀 벤처는 폐업… 정부 지원금 6억 환수 못해
벤처기업 前 대표이사 “안랩 갑자기 발빼 회사 휘청”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대표이사 시절 유망 벤처업체를 인수했다가 경영이 부실해지자 서둘러 지분을 매각하고 사업 관계를 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를 두고 안 원장이 평소 강조해 온 경영인의 윤리성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경영 악화되자 꼬리 자르기

10일 동아일보가 ㈜핌스텍의 폐쇄등기부등본과 안랩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안랩은 2002년 전자세금계산서 솔루션을 만드는 핌스텍과 자회사인 ㈜자무스를 합병시킨 뒤 핌스텍에 44.99%의 지분을 출자해 계열사에 편입시켰다. 안 원장은 2002년 10월 11일부터 2003년 3월 31일까지 핌스텍 등기이사를 맡았으며, 안랩의 경영진 다수도 핌스텍의 이사진에 참여했다.

당시 합병에 대해 안랩은 기존 핌스텍 경영진과 역할 분담을 통해 수평적 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가 대출상환금을 못 갚을 만큼 경영이 어려워지자 합작회사의 한 주체로서 부실에 공동책임을 지기보다는 두 단계에 걸쳐 ‘지분 떠넘기기’를 하며 핌스텍을 계열사에서 제외시켰다. 안랩은 1차로 2003년 12월 또 다른 자회사인 ㈜안랩유비웨어에 핌스텍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안랩유비웨어는 2000년 7월 브이소사이어티 회원이던 안 원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의견을 모아 안랩과 SK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다.

2006년 3월 경영 악화가 본격화되자 안랩은 2차로 안랩유비웨어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서 안랩과 핌스텍의 연결고리를 끊었다. 핌스텍은 안랩이 지분을 정리하고 떠난 6개월 뒤 폐업신고를 했다. 핌스텍을 떠안은 안랩유비웨어는 회사명을 유비웨어랩으로 바꿨지만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폐업했다.

○ 혈세 6억여 원 허공으로

안랩이 손을 털고 나가고 핌스텍은 폐업하면서 그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국가 부담으로 돌아갔다.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의 ‘핌스텍 과제 후속 조치 현황’이란 자료에 따르면 핌스텍은 안랩 자회사로 편입된 뒤 두 차례에 걸쳐 4억4300만 원의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았지만, 연구개발비를 임의 집행하는 등 사업비 관리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정부로부터 출연금 환수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핌스텍의 폐업으로 환수되지 않았다.

또 핌스텍은 안랩 자회사로 편입되기 전후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대출을 받았지만 경영악화로 갚지 못해 이 기금들이 각각 1억8000만 원과 6200만 원을 대위변제했다. 일부 상환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1억4800여 만 원의 채무가 남아 있다. 핌스텍 전 대표이사 이모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랩이 1대 주주가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갑자기 빠져 버리니깐 회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우리들도 직원들이 있고 살아야 하는데, 회사가 부침이 있을 수도 있고 일시적인 어려움일 수도 있는데 (안랩은)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기업을 경영할 때도 돈만 버는 영리기업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중략) 마치 사회단체나 사회적 기업의 최고경영자처럼 공익적 자세를 잃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대형회계법인의 한 공인회계사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특수관계자 등에게 매각하고 이를 통해 손자회사의 채무를 변제하지 않았다면 이는 모회사에서 의도적으로 손자회사를 떨어 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자회사는 (안랩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안 원장은 핌스텍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당시 거래 등에 관한 기록은 오래된 일이라서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자세한 내용은 당시 핌스텍 대표이사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안철수#안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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