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부터 10개월 동안 여의도를 벌벌 떨게 했던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이 여의도에 떴다. 현역 국회의원 23명 등 40여 명의 정치인과 20여 명의 기업인을 형사처벌했던 수사팀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영입된 것.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은 안대희 전 대법관은 당시 수사 사령탑인 대검 중수부장이었다. 그의 추천으로 정치쇄신위원에 위촉된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은 당시 중수1과장으로,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부분을 전담했다. 그는 특위 산하 클린검증소위를 맡아 박근혜 후보와 친인척 및 측근에 대한 검증과 관리를 맡게 된다. 새누리당 공보위원(9명)에 포함된 정준길 전 검사 역시 당시 수사팀 멤버였다.
당시 중수2과장으로, ‘차떼기’로 명명된 한나라당 대선자금 불법모금을 파헤쳤던 유재만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4·11총선 때 민주통합당에 영입됐다. 최근엔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박지원 원내대표의 변호를 맡았다. 이들은 대선자금 수사가 끝난 후 ‘우검(愚檢·우직한 검찰)회’를 결성해 정례모임을 가져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28일 안 전 대법관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법관 임기를 마친 뒤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사법부가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안 전 대법관이 지난달 퇴임했으며 대법관이 정치권으로 직행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박범계 원내부대표도 “대법관직을 화려한 정치적 데뷔를 위한 수단으로 쓴 것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신망받는 인사를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박근혜식 정치에도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가세했다. 박 원내부대표 자신은 2002년 대선 직전 대전지법 판사를 그만두고 곧바로 노무현 후보 캠프로 갔다.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은 “안 전 대법관 영입이 민주당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줬는지 짐작이 된다”며 “민주당은 질시에 가득 찬 논평만 내놓지 말고 스스로 널리 인재를 구하라”고 받아쳤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정치쇄신특위 위원으로 이상민 전 춘천지법 원주지원장을 추가 임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