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으로 끝난 김정은 이란 비동맹회의 참가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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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측 “北국가수반 참석한다”… 이란언론, 김정은 이름박아 보도
외교부, 金파격행보? 확인 비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비동맹회의(NAM)에 참석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한다.’

22일 새벽 이 같은 내용의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정부 외교안보 부처에는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란 언론의 오보에서 비롯된 해프닝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은 이란의 인터넷매체인 타브나크가 “김정은이 26∼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리는 NAM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일부 아랍권 언론이 이를 인용해 보도했고, 국제적 통신사인 독일 DPA통신이 22일 오전 3시경 “김정은이 첫 해외 방문지로 이란을 선택했다”고 송고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등은 긴급 확인에 나섰다. 김정은의 이란 방문이 사실이라면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가장 가까운 우방인 중국보다 먼저 이란을 방문한다면 앞으로 김정은이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전방위 외교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대표적 반미(反美)국가인 이란과의 연대를 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이 진행 중이고, 김정은이 성대하게 치르라고 직접 지시한 청년절(28일) 행사를 앞두고 평양을 비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결국 사실 확인에 나선 주이란 한국대사관이 이날 오후 2시경 ‘김정은의 NAM 참석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외교부에 보고하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란 관영통신 IRNA도 비동맹회의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이번 해프닝은 북한의 통치체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헌법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한다”고 돼 있다. 즉 실질적인 최고지도자는 김정은이지만 대외적인 국가수반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된다.

당초 비동맹회의의 대변인은 ‘북한의 국가수반(head of state)이 참석한다’고 했을 뿐 김정은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를 김정은이라고 여긴 타브나크의 기자가 ‘김정은이 온다’고 쓴 것이다. 이 회의에는 실제 김영남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정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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