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폰 없다던 현기환 주장 또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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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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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천 뒷돈 수사 새국면

구속 수감되는 조기문 새누리당 공천 뒷돈 전달자로 지목된 조기문 씨가 13일 구속영장 발부 직후 구치소로 이송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부산=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구속 수감되는 조기문 새누리당 공천 뒷돈 전달자로 지목된 조기문 씨가 13일 구속영장 발부 직후 구치소로 이송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부산=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검찰이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의 공천 뒷돈 전달 날짜로 지목된 올 3월 15일 조기문 씨와 현기환 전 의원이 각자 차명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을 포착하면서 3억 원의 종착지를 밝히는 수사가 전환점을 맞게 됐다. 두 사람이 차명폰을 이용해 현 의원에 대한 공천 부탁은 물론이고 뒷돈 거래 방법과 돈의 액수에 대해 꾸준히 연락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것이다. 현 전 의원은 그동안 언론에 “조 씨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단언해 왔다.

조 씨는 현 의원 선거캠프의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이모 씨 명의로 개통된 폴더형 휴대전화를 차명폰으로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인 정동근 씨는 검찰에서 “조 씨가 불법 행위를 할 때마다 차명 폴더폰으로 통화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사건 당일 조 씨와 현 전 의원이 차명폰으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3억 원의 종착지를 찾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 씨가 자신의 실명 스마트폰으로 현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건 뒤 다시 폴더폰으로 보낸 문자가 공천 뒷돈과 관련된 중요 메시지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두 사람의 차명폰과 문자메시지 내용을 알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조 씨가 현 전 의원에게 안부 인사 등 의미 없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현기환/알았습니다’라는 답신을 받아 정 씨를 속인 뒤 돈을 가로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조 씨의 차명폰을 찾으면 현 의원과 말을 맞추는 등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검찰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사건 첫 보도(본보 2일자 1면 참조)가 난 직후인 이달 2일 조 씨가 현 의원과 통화했으며 압수수색 다음 날인 5일에는 조 씨가 자신의 차명폰 명의자인 이 씨에게 전화해 ‘9시 반에 사무실로 와라. 통화기록을 보고 이야기하자’고 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천 뒷돈 전달자인 조 씨가 구속되자 새누리당도 초조해하고 있다. 이달 초 공천 뒷돈 의혹이 제기됐을 때 당 관계자들은 현 의원과 현 전 의원에 대해 “결백하다니까 곧 혐의를 벗을 것”이라며 옹호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날 조 씨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자 “두 사람만 믿고 있다가 큰일 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등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두 사람이 해명한 내용이 검찰 및 당 자체 조사에서 거짓말로 드러나고 당사자 말도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월 15일 밤늦게까지 여의도 당사 주변에 있었다”던 현 전 의원이 이날 차명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당직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당일 조 씨와 통화하지 않았다던 주장과 달리 22초간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현 전 의원이 거짓말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현 의원은 당 조사위의 조사 요청에 불응했고 앞서 윤리위 조사도 응하지 않았다. 14일 조사가 잡혀 있는 현 전 의원도 연락이 잘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전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현 전 의원이 재심을 청구함에 따라 처리 시점을 16일로 늦췄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현기환#공천 뒷돈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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