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검찰 출두]朴 기습출두… 檢 “추가조사후 영장청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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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던 朴, 비난여론에 전격 출석… 혐의 전면 부인
檢 “8000만원外 추가정황 포착… 1, 2차례 더 조사”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31일 오후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신원건기자laputa@donga.com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31일 오후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신원건기자laputa@donga.com
세 번이나 검찰의 소환 통보에 ‘표적 수사’라며 응하지 않던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31일 전격적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이 7월 30일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31일 오전 국회에 체포동의요구서가 접수돼 8월 2일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검찰 조사에 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검찰도 그가 검찰청사에 나오기 1시간 반 전인 오후 1시 반경에야 출두 사실을 통보받았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를 한두 번 더 조사할 방침이며, 국회에서 체포동의요구서가 통과되면 구속영장을, 부결되면 임시국회가 끝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석하면서 “억울하지만 법원에서 체포영장 청구에 대한 국회 동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법원 판단을 존중하기 위해 검찰에 나와 결백을 설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돈을 받았다면 할복하겠다’며 수사를 거부했던 박 원내대표가 전격적으로 검찰에 나온 것은 불체포특권을 이용해 수사에 응하지 않는다는 비난 여론에 결국 항복한 것이라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의 분석이다.

그의 검찰 출석 문제로 국회가 올스톱 위기에 처했고, 여론의 비난이 특히 민주당에 집중되면서 연말 대선에도 치명적인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당내에 번져 나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우원식 원내대변인을 통해 “당 대선후보 경선에 차질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전날 황주홍 의원 등 민주당의 일부 의원이 박 원내대표의 자진 출석을 요구하며 ‘반기’를 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8월 4일부터 임시국회를 추진하고 새누리당이 “방탄국회는 안 된다”고 맞서면서 강경 대치 국면이 이어져 왔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원내대표의 검찰 출석 이후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찾아가 “정국이 어려워지는 데 원인이 되는 걸 (박 원내대표가) 부담스러워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가 검찰 수사를 정면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돼 출석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전 9시 원내대책회의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에서는 “정치검찰의 보복·표적 수사를 중단하라”는 목소리 일색이었다. 법원이 요청한 체포동의안이 정부를 거쳐 국회에 도착한 것은 이날 오전 11시 45분경. 박 원내대표는 대검 중수1과장 출신의 유재만 변호사, 김학재 전 법무부 차관 등 율사들과 함께 체포동의안의 내용을 검토한 뒤 오후 2시경 “검찰에 출석해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출석해도 구속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졌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검찰로 떠나면서도 측근들에게 “너무 걱정 마라”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 朴, 측근들에 “너무 걱정 마라”… 검찰은 “혐의 입증” 자신감 ▼

검사-변호사 출신 의원들 동행 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운데)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두했다. 검사 출신인 김학재 전 의원(왼쪽)과 변호사 출신인 송호창(왼쪽에서 두 번째) 이춘석 의원(오른쪽)이 동행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검사-변호사 출신 의원들 동행 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운데)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두했다. 검사 출신인 김학재 전 의원(왼쪽)과 변호사 출신인 송호창(왼쪽에서 두 번째) 이춘석 의원(오른쪽)이 동행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요구서에에는 개략적인 혐의가 담겨 있다. 요구서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2010년 6월경 전남 목포시에 있는 자신의 지구당 사무실에서 당시 오문철 보해저축은행 회장(구속 기소)에게서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인 보해저축은행 사건이 확대되지 않게 검찰에 부탁해 주고, 금융감독원에서 진행 중인 보해저축은행 검사가 선처되도록 금융 당국 관계자에게 부탁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또 대선을 앞둔 2007년 가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음식점에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구속 기소)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3000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2008년 3월경 목포의 한 호텔에서 임 회장에게서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들 혐의가 ‘구속 사유로는 약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 정권 실세였던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이 함바(건설현장식당) 게이트 때 5500만 원어치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과 비교해도 구속은 어렵지 않겠나”라고 했다.

검찰의 소환통보가 아닌 법원을 통한 정식 구인절차가 진행되면서 박 원내대표가 마음을 바꿨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 소환과 법원의 구인은 다르다는 것. 박 원내대표는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우원식 원내대변인을 통해 “법원에서 체포영장 청구에 대한 국회의 동의 요구가 있었기에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검찰에 출석해 결백을 설명하려고 한다”며 법원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정치 수사’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진행된 수사여서 검찰로서는 명운을 걸고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미 오문철 전 회장에게서 박 원내대표에게 돈을 건넨 목적과 자세한 정황이 담긴 진술과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의 수사력 전체를 투입하며 그물망을 좁혀 왔다. 검찰이 소환을 통보하고 체포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수사 성과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분석도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이 현재 돈을 준 측으로부터 진술을 확보한 박 원내대표의 금품수수액은 총 8000만 원이지만 검찰은 추가로 불법자금을 받은 정황도 포착한 상태다. 다만 추가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이날 검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박지원#검사#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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