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金 싸움이 文-金 큰 싸움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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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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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 경선이 이해찬, 김한길 후보의 치열한 공방을 넘어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집안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친노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각각 이, 김 후보를 지원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양 진영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두관 지사는 27일 제주지역 대의원 투표에서 김한길 후보가 1위를 차지한 뒤 트위터에 문 고문을 겨냥하는 글을 올렸다가 지웠다. 당초 김 지사가 올렸던 글은 ‘한겨레는 원래 문재인 편. 수도권 친노에게 촉구선언 수준’이라는 내용이었다. 한겨레신문이 이날 오후 인터넷판에서 제주 대의원 투표 결과를 ‘김두관 vs 문재인, 영남 대리전’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김 지사는 28일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전부터 문 고문과 대립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 그는 이날 오전 계정관리자 명의로 트위터에 “실수로 잘못된 글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 측은 “김 지사의 트위터를 관리하는 보좌진이 자신의 트위터로 착각하고 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로선 당대표 후보 지원을 둘러싸고 문 고문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문 고문 측은 김 지사와의 미묘한 관계를 반영하듯 겉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문 고문 측은 “김 지사와의 관계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문 고문은 27일 밤 트위터에서 “제주까지 마친 민주당 당대표 경선, 흥미진진합니다.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정당과 전혀 다른 모습이죠”라며 새누리당과의 차별성만 강조했다.

김 지사로선 문 고문과 손잡았다는 의심을 받는 이해찬 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게 달가울 리 없다. 반대로 김 지사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김한길 후보가 영남 5곳 중 부산을 뺀 4곳에서 1위를 한 성적표는 문 고문에게 부담이다.

일단 양측은 누구를 밀고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정성호 김한길 후보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지사가 (대선에 출마하면) 친노 진영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특정 후보를 도울 수 없다”면서도 “각본이나 기획으로 (당대표 선거가) 움직여 간다고 국민에게 (인상을) 주면 가장 큰 피해자는 문 고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해찬 후보 측이 전날 “김 지사가 당대표 경선을 본인의 대선 전초전쯤으로 생각하지 않는가 생각한다”며 제기한 ‘김두관-김한길 연계’ 의혹을 반박하는 동시에 ‘문재인-이해찬 연계’ 의혹을 슬쩍 건드린 것이다.

당내에서는 당대표 선거가 문 고문과 김 지사의 대결구도로 확산되는 것을 반기는 기색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문 고문과 김 지사가 싸워야 흥행이 된다”며 “KK(김두관-김한길)연합이 재미있다. 잘하고 있다. 정치를 하면서 의가 상할 게 뭐가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흥행을 이끌면서도, 당사자들 간 관계가 틀어지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민주통합#지도부 선출#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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