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통합진보 부정경선 수사]“서버 반출 막아라”… 당원들 경찰차 부수고 폭행 ‘무법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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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압수수색 현장 ‘전쟁터 같았던 84분’

“서버가 나간다”… 유린당한 공권력 검찰이 22일 새벽 통합진보당 서버 관리업체인 서울 금천구 가산동 
스마일서브 사무실에서 서버를 압수하자 스마일서브가 입주한 건물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당원은 경찰 승합차에 달려들어 
유리창을 박살내기도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버가 나간다”… 유린당한 공권력 검찰이 22일 새벽 통합진보당 서버 관리업체인 서울 금천구 가산동 스마일서브 사무실에서 서버를 압수하자 스마일서브가 입주한 건물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당원은 경찰 승합차에 달려들어 유리창을 박살내기도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과 관련한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은 공권력으로선 치욕과 수모의 연속이었다. 통진당 당원들은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의 법적 효력을 처음부터 완전히 무시했다. 검경이 강제집행에 나서자 당원들은 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경찰차를 때려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려 압수수색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22일 오전 1시경 서울 금천구 가산동 스마일서브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일대. 검찰이 통진당 당원들과의 대치 16시간 만에 당원명부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서버 1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은 순식간에 무법천지로 변했다. 누군가가 “서버가 나왔다”고 소리치자 통진당 당원 200여 명이 일제히 서버를 실은 경찰 승합차 주변으로 몰려들어 경찰과 육탄전을 벌이며 압수수색을 방해했다.

당원 수백 명은 승합차가 나갈 길을 만들려는 경찰 400여 명에게 일제히 달려들어 욕설을 퍼붓고 차량이 나가는 걸 막았다. 이들은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5분도 지나지 않아 경찰 승합차 유리를 박살냈다. 흥분한 일부 통진당 당원은 경찰의 헬멧을 벗기고 깃대와 방패를 빼앗아 집어던지기도 했다.

오전 1시 9분경에는 한 당원이 은색 승용차를 끌고 나타나 가로로 주차해 아예 퇴로를 막았다. 경찰은 다시 방향을 틀어 빠져나가려 했지만 이번에는 여성을 중심으로 당원 30여 명이 스크럼을 짜고 길 위에 누웠고 남성 당원 100여 명은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그사이 또 다른 당원들은 차량 4대를 경찰 승합차 앞에 갈지(之)자로 세워 공권력을 유린했다. 뚫고 나갈 길이 막힌 경찰은 결국 정공법을 택했다. 경찰은 압수한 서버가 검찰청사로 옮겨질 수 있도록 길을 막은 당원들을 정면에서 천천히 밀어붙였다. 하지만 일부 당원은 이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하기도 했다.

오전 1시 24분 당원들과 차량을 피해 전진하던 경찰 승합차가 통진당 당원들이 세워놓은 여러 대의 ‘바리케이드’ 중 마지막 차량 앞까지 진출하자 한 남성은 난간에 올라간 뒤 경찰 승합차에 몸을 던졌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 4명은 길을 막아선 당원 측 승합차 위로 올라갔고 곳곳에서 물병과 쓰레기가 날아들었다. 이런 난동 상황에서도 일부 당원은 “경찰이 폭력배냐” “이러다 누구 죽는다”며 되레 경찰을 나무랐다.

오전 2시 4분 경찰은 마지막 바리케이드 역할을 하던 통진당 측 승합차 유리창을 부수고 차량으로 들어가 사이드브레이크를 풀었다. 경찰 20여 명은 통진당 측 승합차를 손으로 들어 옮기려 했지만 당원들이 이를 막으면서 실패했다. 마지막 승합차를 두고 경찰과 당원 간에 벌어진 쟁탈전이 20분 넘게 이어지자 경찰은 차를 옮기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견인차를 불렀다. 견인차가 10분 만에 승합차를 들어올리며 공간을 만들자 경찰 승합차는 오전 2시 23분경에야 겨우 서부간선도로로 진입해 압수수색을 끝낼 수 있었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법원에서 정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법을 집행하려는 검찰 및 경찰에 맞선 통진당 당원의 폭력적인 저항은 무려 84분간 이어졌다. 이날 압수수색을 둘러싼 난동으로 10여 명이 다쳤고 박원석 당선자를 비롯한 통진당 당원 4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한편 22일 보수시민단체 활빈단은 검찰의 통진당 압수수색을 방해한 통진당 당직자 전원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채널A 영상]‘당원명부’에 목숨 걸던 통진당, 어떤 비밀이?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서버 반출#통합진보당#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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