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 주변 계좌 뭉칫돈 파문]盧씨 자금관리 계좌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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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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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돈 250억, 영재고철이 ‘저수지’- KEP가 ‘세탁소’?

노건평 사실상 소유 의혹 ‘KEP’ 20일 노건평 씨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KEP 대구 동구 방촌동 사무실 모습. 4층짜리 건물 중 2층 198㎡(60여 평)를 사용하는 이 사무실의 출입구는 잠겨 있었다. 창문도 밖에서 볼 수 없게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었다.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월∼토요일 3명의 직원이 출근해 전기시설이나 기기를 연구하는 회사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노인호 기자 sun@donga.com
노건평 사실상 소유 의혹 ‘KEP’ 20일 노건평 씨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KEP 대구 동구 방촌동 사무실 모습. 4층짜리 건물 중 2층 198㎡(60여 평)를 사용하는 이 사무실의 출입구는 잠겨 있었다. 창문도 밖에서 볼 수 없게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었다.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월∼토요일 3명의 직원이 출근해 전기시설이나 기기를 연구하는 회사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노인호 기자 sun@donga.com
박영재 삼형제 소유 ‘영재고철’ 경남 김해시 진영읍 진영리에 있는 영재고철. 노건평 씨의 최측근인 박영재 씨가 실질적인 사장으로 알려져 있다. 서류상으로는 박 씨의 동생이 대표다. 김해=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박영재 삼형제 소유 ‘영재고철’ 경남 김해시 진영읍 진영리에 있는 영재고철. 노건평 씨의 최측근인 박영재 씨가 실질적인 사장으로 알려져 있다. 서류상으로는 박 씨의 동생이 대표다. 김해=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검찰이 ‘수상한 돈’ 250억여 원이 발견된 계좌를 관리한 사람으로 박영재 씨(57·경남 김해시 진영읍 번영회장)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와 박 씨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영재고철과 KEP가 단서


문제의 뭉칫돈은 박 씨 소유이면서 명의는 동생 석재 씨로 돼 있는 ‘영재고철’ 법인 계좌를 통해 입출금된 것이다. 검찰은 기초 조사를 통해 이 계좌에서 수시로 건평 씨에게 수백∼수천만 원이 송금된 사실을 파악했다. 고철을 사고 판 돈이거나 사업과 관련된 자금뿐만 아니라 ‘검은돈’이 섞여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평 씨가 인사 청탁 및 이권에 개입하고 받은 리베이트를 이 계좌에 숨겨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 것 아니냐는 추정을 하고 있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대통령을 이용하는 나쁜 사람들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밝힌 점으로 미뤄 계좌 관련자는 건평 씨와 박 씨 외에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수상한 자금 250억여 원의 단서를 잡게 된 계기는 건평 씨가 실제 주인인 것으로 알려진 누전차단설비 제조업체 KEP와 무관하지 않다. 2006년 자본금 1억 원을 증자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낸 사람은 서류상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측근이었으나 돈은 박 씨 부인 계좌에서 인출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1억 원은 곧바로 건평 씨가 인출했다. 이 돈은 건평 씨 부인 민미영 씨 계좌를 통해 건평 씨 처남에게 5000만 원, 사위에게 4000만 원이 송금됐다. 검찰은 이들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2004년부터 2008년 5월까지 영재철강 계좌에 의심스러운 돈이 자주 입출금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계좌의 실제 주인, 자금 성격을 대체적으로 밝혀내는 데 10일 이상은 걸린다”며 “아직 초기단계여서 정확하게 규명된 것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 누전차단설비 업체가 부동산 개발만


KEP는 건평 씨가 이권에 개입하고 돈을 챙기는 과정마다 등장한다. 이 회사는 명의상 대표가 박 씨 고향 후배인 이석주 씨(55)다. 박연차 전 회장이 2004년 건평 씨에게 매각을 의뢰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땅 2만5000m² 가운데 2년 동안 처분이 되지 않은 땅을 개발해 팔기 위해 박 씨와 박 전 회장 측근인 정승영 전 정산개발 사장 등 5명이 2005년 7월 자본금 2억 원으로 설립했다. 이후 건평 씨는 2008년 사돈인 강모 씨(58)에게서 2억 원을 빌려 이 회사에 투자했다고 KEP 김모 감사(70)가 밝혔다. 회사 설립은 물론 실질적인 사주 역할도 한 셈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전기안전 제품을 생산한 실적이 없다고 검찰 관계자는 밝혔다. ‘자금 세탁소’라는 의혹을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KEP가 박 전 회장 땅을 매각해 남긴 차익 14억 원 중 8억5000만 원을 건평 씨가 은행에서 찾아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 이 씨가 백지 출금전표에 자신의 도장을 찍어 주면 통장을 갖고 다니던 건평 씨가 필요할 때마다 인출해 썼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부분을 ‘업무상 횡령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또 건평 씨가 통영 공유수면 매립사업에 개입해 챙긴 9억4000만 원 가운데 수표로 받은 3억 원을 이 회사에 송금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사자로 지목된 박 씨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해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자결하겠다”며 “요즘 세상에 어떻게 ‘임자 없는 큰 돈’이 오갈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노무현 차명계좌#노건평 뭉칫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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