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몸싸움 줄지만 법안처리 힘들듯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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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법안 처리요건 과반서 5분의3으로..`식물국회' 우려도

박근혜 처리의지에 친박 뭉친듯..황우여 당권경쟁서 유리

국회가 2일 본회의에서 우여곡절 끝에 몸싸움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 일명 '몸싸움 방지법'을 통과시킴에 따라 곧 시작되는 19대 국회의 모습은 이전 국회와는 확연히 다를 전망이다.

한마디로 핵심 쟁점법안의 단독처리 기준이 사실상 기존의 '과반'(150석)에서 '5분의 3'(180석)으로 늘어나면서 여야간 몸싸움이 크게 줄어드는 대신 쟁점법안 처리는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주요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물리적 충돌이 줄어들면서 '해머 국회', '전기톱 국회', '최루탄 국회'는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개정안에는 직권상정 제한, 단독처리 기준 상향, 시간제한 없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도입 등 법안 심사과정에서 소수 야당이 여당의 단독처리를 합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이중삼중의 장치가 마련돼 있다.

여야 대치의 직접적 빌미를 제공해 온 직권상정은 천재지변이 있거나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여당의 단독 처리나 날치기 처리 시도를 원천 차단했다. 그만큼 여야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본회의에서의 필리버스터를 허용하되 중단을 요구하려면 5분의 3 이상(181석) 의 동의를 얻도록 해 여당의 일방적 국회운영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민주통합당 등 야당이 쟁점 법안에 대해 릴레이 반대발언을 이어갈 경우 현실적으로 새누리당(150석)이 저지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예산안을 제외한 일반 의안에 대해 위원회 회부 후 3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안건이 상정되도록 하는 '의안 상정 의무제'를 도입하고, 주요 안건에 대한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제) 제도도 신설했지만 패스트 트랙의 요구기준 역시 재적의원의 5분의 3이어서 여당의 일방처리가 힘든 상황이다.

설령 어떤 쟁점 안건이 의안상정 의무제와 함께 일정 기간 경과 후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에 자동 회부되는 패스트 트랙 규정에 따라 본회의에 올라가더라도 필리버스터에 막혀 좌절될 공산이 크다.

다만 매년 여야의 강경대치 속에 여당이 날치기 처리하거나 연말까지 끌었던 예산안 및 세입예산 부수법안의 처리는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예산안이 헌법상 의결기한(12월2일)의 48시간 전까지 심사가 완료되지않으면 본회의에 자동으로 회부되도록 했고, 이에 대한 필리버스터 역시 12월2일의 24시간 전까지만 가능하도록 제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쟁점 법안의 처리가 더욱 힘들어지면서 '식물국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쟁점 법안은 아예 처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심재철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중진의원들이 마지막까지 반대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몸싸움 방지법이 여야 몸싸움이나 국회 폭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장석과 위원장석 점거를 금지하고 점거해제 조치에 불응할 경우 징계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으나 처벌 조항이 `3개월 출석 정지나 수당 삭감' 정도로 미약한 데 따른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선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쟁점 법안의 처리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1 야당이 단독으로 법안처리를 지연시키거나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통상 제3의 군소야당이 쥐게 되는 `캐스팅 보트'도 큰 의미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몸싸움 방지법을 놓고 여당내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8대 국회내 처리 의지를 밝히면서 친박이 뭉쳤고, 결국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본회의가 취소되면서 몸싸움 방지법 처리에 적신호가 켜지자 다음날 지방을 방문한 자리에서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국회 본회의를 소집해 국회선진화법안을 꼭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누리당 내에선 몸싸움 방지법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원내대표는 이르면 3일 전대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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