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새누리 당권 경쟁 “더는 미룰 수 없다” 본격 점화
沈-黃, 금명 전대 출마 선언… 쇄신파 남경필도 저울질
‘맥 빠진’ 행사가 될 것이란 우려 속에서도 새누리당 5·15전당대회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서로 눈치만 보던 출마 희망자들이 후보등록(4일)을 앞두고 더는 결심을 미룰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비박(비박근혜)계는 1일 4선(19대 국회 기준)의 심재철 의원(경기 안양 동안을)을 ‘대표 선수’로 내세워 전대에서 적극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심 의원은 2일 “당내 견제와 균형으로 소통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을 친박(친박근혜)계가 장악한 상황에서 당 지도부 안에서 우리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박계 중진들이 4·11총선에서 대거 낙천·낙선해 심 의원 말고는 마땅히 내세울 대안이 없는 데다 심 의원이 나름대로 ‘전투력’을 갖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심 의원은 “당 대표를 노리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1인 2표제여서 당 지도부 입성(5등 이내)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인단에게 ‘친박계 견제를 위해서 2표 중 1표는 비박계에 달라’고 호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심 의원은 “(비박계 대선 주자인)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정몽준 전 대표와 상의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비박계 대선 주자들도 대선 후보 경선이 공정하게 진행되려면 비박계를 대표하는 인사가 반드시 지도부에 들어가야 한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는 것이다.
김 지사 측의 김용태 의원은 KBS 라디오에 나와 “당의 가장 강력한 지분을 가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대를) 조용하게 치러야 한다’ ‘정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와 우려를 표명해 다들 납작 엎드린 셈”이라며 저조한 전대 열기를 박 위원장의 책임으로 돌려 각을 세웠다. 한때 당의 주류였던 비박계가 이번 전대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관심이 모아진다. ○ 원내대표 경선 9일 검토
당초 전대 이후로 예상됐던 원내대표 경선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생기면서 전대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원내대표 경선을 9일 실시하는 방안을 3일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내대표 경선은 일주일 전에 일정을 공고하고, 3일 전에 후보등록을 하면 된다. 원내대표 경선이 9일로 확정되면 6일 후보등록을 해야 한다.
원내대표부터 뽑게 되면 전대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 수도권 출신 원내대표가 나오면 전대에서는 ‘당 대표도 수도권에서 꼭 나올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영남권 출신이 원내대표가 되면 수도권 출신이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4·11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오른 수도권 쇄신파 남경필 의원(경기 수원병)이 전대 출마와 원내대표 경선 참여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가 변수다. 남 의원은 “2일 쇄신파 의원들과 마지막 논의를 한 후 바로 결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후보로는 4·11총선에서 4선에 성공한 의원들이 거론된다. 이주영 정책위의장(경남 창원 마산합포)이 출마 결심을 굳혔고, 원유철(경기 평택갑) 이병석 의원(경북 포항 북) 등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친박 ‘황우여 당 대표’ 지원 가능성
5선에 성공한 황우여 원내대표(인천 연수)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이 주도한 몸싸움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일명 국회선진화법안) 처리를 마친 후 3일경 전대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목표는 당 대표다. 중립을 표방하고 있지만 친박과 가까운 황 원내대표에 대해 상당수 친박계가 암묵적 지원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을 장악한 친박계가 일사불란하게 황 원내대표를 지원할 경우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다만 황 원내대표 측은 쇄신파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원내대표에 당선됐을 때 자신을 지원했던 쇄신파가 남경필 의원 등을 독자적으로 내세울 경우 표가 분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심 남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쪽으로 가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 당 대표 왜 꺼리나
현재까지 사실상 당 대표를 노리는 후보는 황 원내대표뿐일 정도로 중진들이 당권 도전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당내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박 비대위원장의 경고 메시지 여파가 꼽힌다. ‘당 지도부 내정설’ 등 당내 잡음을 지적한 것이지만 주자들은 출마 선언이 박 위원장의 뜻을 거스를까 잔뜩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또 12월 대선을 앞두고 이번 당 대표는 향후 선출될 대선 후보에 이은 2인자가 될 수밖에 없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당내 갈등의 ‘관리자’로서,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는 야권의 공격을 막아줄 ‘방패’로서 부담까지 져야 한다. 황 원내대표가 막판까지 여당 몫인 국회의장직을 놓고 고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두언, 김태호 의원 등 대중성 있는 당권 후보감들도 당권보다는 ‘대선 경선’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바로 대권에 도전해 전국적인 지명도를 높이고 ‘포스트 박근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 없는’ 당 대표보다 실속 있는 원내대표 출마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다. 19대 국회 첫 원내대표는 국회 원 구성 협상과 상임위 배분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또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박 위원장이 정책과 공약의 실천에 무게를 두는 만큼 원내대표가 더 실세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당내 중진 의원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살아남은 중진들의 선택폭이 넓어진 것도 당권 도전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2년 임기가 보장되는 상임위원장이나 국회부의장이 낫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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