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2]한명숙, 막말 김용민 사퇴 안하면 말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韓, 국민에 사과… “金, 표로 심판받겠다고 해” 출마 용인
김용민 “심판 당해야 할 자들이 큰소리… 끝까지 완주”
박근혜 “막말로 교육 마비”… 與 “민주, 金 출당시켜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저질 막말 파문에 휩싸인 서울 노원갑의 김용민 후보(38) 문제와 관련해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사과했다. 한 대표는 7일 밤 황창화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이 같은 뜻을 밝혔다. 김 후보의 막말 파문이 불거진 이후 첫 공식 입장 표명이었다.

한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며 “당은 김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했으나 김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심판 받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는 “그러나 이번 선거는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로 국민 여러분이 마음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도 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 대표가 7일 저녁 김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후보사퇴 요구를 전달했다”며 “당 차원에서 김 후보를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그를 주저앉히려면 당에서 제명시키는 수밖에 없다. 선거법상 후보 등록 전에는 당이 공천을 취소할 수 있지만 등록 후에는 공천 취소는 불가능하다. 다만 당이 해당 후보를 제명시키면 당적이탈이 돼 후보 사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한 대표의 발언은 당과 김 후보의 ‘막말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해 여성계·종교계·노인층까지 확산된 불을 꺼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이해찬 상임고문이 “선거를 포기하더라도 민주당으로선 더는 후보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명쾌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6일)고 직격탄을 날린 데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한국장로총연합회 등 7개 개신교 단체는 7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고, 노인단체들은 김 후보 사무소 앞과 지하철역에서 김 후보 사퇴 촉구 집회를 열었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등 교육 관련 16개 단체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은 8일 충남 천안 유세에서 “도대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교육을 이렇게 송두리째 마비시켜 버리겠다는 작정인가”라며 “이런 세력이 국회에 들어오면 우리 정치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은 “그동안 ‘김용민 마케팅’에 앞장섰던 민주당 한 대표가 ‘김용민 씨가 참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후보직 사퇴를 권유할 게 아니라 출당시켜야 한다”며 “여대생 앞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던 강용석 의원을 즉각 출당 조치했던 새누리당을 본받으라”고 몰아세웠다.

[채널A 영상]민주, ‘김용민 버티기’ 묵인하는 이유는?

▼ 민주 내부서도 “나꼼수 눈치보나” 비판… 김용민 어제 나꼼수 집회 참석 ▼

민주통합당 내 일각에선 “한 대표의 반응이 어정쩡하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김 후보가 버틴다고 하는데 당으로서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것은 ‘나는 꼼수다’ 팀의 눈치를 보면서 여당의 공세를 피하고 보겠다는 어설픈 타협책이라는 것이다. 한 대표의 사과 발표가 주요 언론매체가 쉬는 토요일 한밤중에 나온 데 대해서도 당당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가 7일 저녁 부랴부랴 김용민 씨 문제에 대해 사과한 것은 부활절(8일) 예배 준비하는 목사님들 들으시라고 한 것”이라며 개신교계 무마용임을 토로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이제부터 진짜 싸움을 시작한다”며 사퇴 불가 태도를 분명히 했다. 그는 7일 트위터에 “금식 기도를 하며 선거를 끝까지 완주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띄웠다. 8일에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선거구 내) 공릉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목사인) 아버지께서 안수기도를 해주셨습니다”라며 안수기도 사진을 띄우는가 하면 “심판 당해야 할 자들이 큰소리치는 세상, 투표가 이긴다”라고 주장했다.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주진우 씨는 김 후보와 함께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나꼼수 삼두노출 이벤트’를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는 ‘나꼼수’ 지지자 등 6000여 명(경찰 추산)이 몰려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기도 했다. 준비한 차량 위에 올라 카퍼레이드를 연출한 김어준 씨는 “김용민, 네가 실수한 것, 잘못한 것, 그래서 사과한 것 다 안다. 하지만 네 잘못은 국회에 들어가서 사죄해 이 ××야”라고 외쳤다. 이어 그는 “선거 기간에 우리가 돈을 쓰면 선거법 위반이라니 선거 끝나면 (여러분들에게) 자장면을 쏘겠다”고 했고, 주 씨는 “지나가다 김용민을 보면 무조건 가서 와락 안아 달라”고 말했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김 후보는 지지자들의 박수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어준 씨는 9일 부산에서 문재인(사상), 김정길 후보(부산진을) 등과 함께 야권 후보 지지 유세를 갖는다.

한편 총선 전 마지막 주말을 맞은 여야 대표들은 주요 격전지에서 총력 유세전을 폈다. 7일까지 부산·경남에서 1박 2일 유세를 벌인 새누리당 박 위원장은 8일엔 충청과 강원에서 지원 유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한 대표는 승부처인 서울의 각 선거구를 30분 단위로 쪼개 누비면서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김용민#4·11총선#민주통합당#한명숙#새누리당#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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