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2012 4·11총선/표밭 현장을 가다]<5>서울 도봉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새누리당 유경희 “미래를 열겠다” vs 민주통합당 인재근 “남편 뜻 잇겠다”

《 서울 도봉갑은 지난해 타계한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내리 3선을 지냈으나 18대 총선에서 패배한 선거구다. 현역인 새누리당 신지호 의원은 이번에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 대신 여야 모두 여성 후보를 내세웠다. 현재 판세는 김 전 고문의 부인인 민주당 인재근 후보가 다소 우세하지만 기업인 출신 새누리당 유경희 후보의 추격이 만만찮다. 》
■ 유경희 새누리당 후보

서울 도봉갑의 새누리당 유경희 후보가 30일 오전 지하철 4호선 창동역 앞에서 출근하는 시민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도봉갑의 새누리당 유경희 후보가 30일 오전 지하철 4호선 창동역 앞에서 출근하는 시민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주통합당 후보가 안철수 원장인지 김근태 전 고문인지 헛갈리지 않나요? 도봉에는 이제 ‘이념과 과거’보다는 ‘생활정치와 미래’가 필요한 때입니다.”

서울 도봉갑 새누리당 유경희 후보는 30일 오전 창동역에서 출근길 유권자들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를 하다 짬을 내 이렇게 말했다.

전날 민주당 인재근 후보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 메시지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것을 염두에 둔 얘기다. 그는 “더 이상 남편인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나 안 원장의 유명세를 이용하지 말고 자신의 정치철학과 비전을 제시해 저와 대결하면 좋겠다”고 했다.

기업을 운영해 온 정치 신인인 유 후보는 악수하는 자세나 표정에서 어색함이 묻어났다. 그러나 “중소상공인이 유독 많은 도봉은 소기업 경영자인 제 마음의 고향이며 제가 대변해야 할 곳”이라며 강단 있는 모습도 보였다.

유 후보는 “지역 연고 없이 낙하산 공천을 받았다”는 공격에 시달려 왔다. 실제 인 후보가 이 지역 3선 국회의원인 김 전 고문의 부인으로서 인지도가 높다는 점이 유 후보에겐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인 후보의 인지도를 극복하기가) 힘들고 버겁지만 노력하면 많은 분이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겁니다.” 그는 이날도 노점에서 산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며 오전 오후 쌍문역과 창동을 누볐다.

유 후보는 ‘생활 밀착형 교육·출산, 중소상공인 정책’을 강조했다. 대학생과 지역 초중고교생을 멘토-멘티 관계로 맺어주는 ‘도봉멘토링스쿨’과 30실 규모의 산후조리시설을 갖춘 여성출산건강지원센터 건립, 소상공인 경영컨설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 후보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영진 씨(46)는 “부부세습, 이념세습보다는 중소상공인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유 후보에게 관심이 있다”고 했다. 반면 노점상을 운영하는 심모 씨(57)는 “갑자기 날아들어온 유 후보보단 인 후보에게 더 정이 간다”고 말했다.

:: 유경희 후보는 ::

△서울(47) △서울 보성여고, 서울대 법학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 박사과정 △유한씨티산업㈜ 대표이사 △유한콘크리트산업㈜ 대표이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 부회장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인재근 민주통합당 후보


서울 도봉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인재근 후보가 30일 오전 지하철 4호선 쌍문역 개찰구 앞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도봉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인재근 후보가 30일 오전 지하철 4호선 쌍문역 개찰구 앞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근태의 삶과 뜻을 잇겠습니다. 서민의 친구가 되겠습니다.”

30일 오전 7시 서울 지하철 4호선 쌍문역에서 민주통합당 인재근 후보는 궂은 날씨에도 출근하는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선거운동원 규모는 대여섯 명 정도로 작았다. 대중에게 스며들자는 취지였다. 인 후보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시민들도 있었다. 인 후보는 지난해 12월 타계한 ‘민주화의 대부’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아내다.

인 후보는 출마의 변으로 “최선을 다해 김근태 못지않게 잘해 보려고 한다. 더 이상 김근태의 아내, 창동의 웃음 많은 아줌마가 아닌 도봉을 대표하는 정치인 인재근의 길을 가겠다”며 “이명박 정권 4년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누리당 국회 4년의 눈물을 닦아내겠다”고 밝혔다. 청년비례대표인 김광진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출근길 유세를 거들었다.

인 후보는 민주당의 전략공천 1호 후보다. 남편이 15대 총선부터 내리 3선을 지낸 도봉갑에서 이백만 통합진보당 후보와 야권 단일화 경선을 거쳐 양당 단일후보로 나서게 됐다. 김 전 고문은 4년 전 18대 총선에서 ‘뉴타운 바람’을 맞아 새누리당 신지호 의원에게 1278표 차로 패했지만 ‘정권 심판론’이 부는 이번 선거는 상황이 다르다. 민주당은 이곳을 서울 48개 선거구 중 우세를 보이는 5곳 중 하나로 꼽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29일 “우리 모두는 김근태 선생과 인재근 여사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밝혔고, 조국 서울대 교수는 “김근태의 또 다른 이름 인재근을 성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민영 씨(53)는 “김 전 고문은 대인배 정치인으로 오랫동안 지지했다”며 “그의 아내인 인 후보도 지지한다. 동정표가 많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길 씨(71)는 “오랫동안 김 전 고문의 지지자였다. 그러나 인 후보가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자신의 정치를 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인재근 후보는 ::

△인천 강화(58) △인일여고, 이화여대 사회학과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 수상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총무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 △한반도재단 이사장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4·11총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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