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고위당국자, 불법조업 中어선 관련 ‘용어’ 언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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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비문명적 단속 하지말라”… 韓 “한국민 모욕 느낄 표현”…
中 “폭력적보다 순화한 용어”… 中 “표현 다시 논의하겠다”

중국 당국이 한국의 정당한 법 집행인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단속에 ‘비문명적(uncivilized)’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단속과 대응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7일 드러났다.

최근 중국 외교부 고위 인사를 만나 불법 조업 문제를 협의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이런 사실을 전하면서 “비문명적이라는 표현에 유감을 표시하고 사용하지 말아 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 측 인사는 “중국에서 ‘비문명적’이라는 말은 ‘폭력적’ 같은 용어보다 순화된 것이어서 공식 석상에서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중국 당국이 자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을 막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도와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고위 당국자는 “양국 간 문화와 뉘앙스의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 국민에게는 모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단어이니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고, 이에 중국 측 인사는 “관련 부처와 그 문제를 협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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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던 이청호 경장이 중국 선원의 흉기에 찔려 순직한 이후 단속 현장에서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후 중국은 한국에 총기 사용 중지를 요구하면서 언론을 통해 한국의 불법 조업 단속이 ‘폭력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고위 당국자는 “중국이 ‘비문명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총기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며 “곤봉을 사용한 진압 등 모든 무력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명적’이라는 표현은 중국에서 선진적, 과학적, 비폭력적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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