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걸 등 재심 요청… 반발 부닥친 공천 4·11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새누리당 정해걸 의원(왼쪽)이 6일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려는 권영세 사무총장을 막고 있다. 정 의원은 재심 청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당사를 찾았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4·11총선 공천을 위해 새누리당이 실시한 여론조사와 실제 공천 결과 사이에 큰 차이가 있거나 상반된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친이(친이명박)계는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이번 공천을 ‘표적 학살’로 주장해 왔다.
동아일보가 6일 새누리당 사무처로부터 입수한 서울 중랑갑 1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친이계 현역 지역구 의원인 유정현 의원은 37.6%의 선호도(지지도)로 2위(8.3%), 3위(7.2%), 4위 후보(3.1%)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5일 발표된 2차 공천 결과에서는 4위였던 김정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김 의원은 친박(친박근혜)계 비례대표이다.
역시 친이계 신지호 의원(서울 도봉갑)은 36.8%의 지지도로 2위 후보(8.1%)를 28.7%포인트 앞섰다.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 역시 지역구인 성동갑에서 2위 후보를 19.5%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두 의원은 5일 지역구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돼 공천이 보류됐다. 전략공천 지역은 별도의 경선 없이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정하도록 돼 있어 결국 두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역시 공천이 보류된 친이계 이명규 의원(대구 북갑) 역시 2위 후보를 18.2%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오 의원의 측근인 이군현 의원(경남 통영-고성)도 31.7%로 2위 후보(14.7%)를 두 배 정도 앞섰으나 2, 4위 후보와 경선을 하게 됐다.
반면 경남 산청-함양-거창의 신성범 의원은 24.5%로 2위 후보를 4.6%포인트 앞서 오차범위(±2.83%포인트) 내의 차이였지만 단수 후보로 선정됐다. 신 의원은 현재 친박계와 함께 당 주류를 이루고 있는 쇄신파로 분류된다.
본보가 입수한 여론조사는 2월 22∼28일 새누리당이 지역별로 3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모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 결과에 따라 2, 3명으로 압축된 후보를 대상으로 2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2차 여론조사 결과가 1차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큰 격차의 순위 자체가 갑자기 변하기는 쉽지 않다. ○ 거세지는 공천 자료 공개와 재심 요구
수도권의 한 친이계 의원은 “단수공천을 받은 다른 친박계 의원이 여론조사에서는 상대 후보에게 뒤지고도 공천을 받은 경우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등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의원도 6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밀실 자료가 반대자들에게 정치적 살인병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심사가) 공정하다면 (공천심사 자료를) 본인에게만 보여주고 설명이 필요하다. 이것이 공정이고 신뢰다”라고 강조했다. 신지호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료 공개를 거부하면 중대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영세 사무총장은 이 같은 요구에 “공개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권 총장은 기자들에게 “필요하면 (해당 의원들에게) 제한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의원에게 자료를 공개해서 보여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객관적 데이터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한 결과”라며 “계파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른 당 핵심 관계자는 “(불공정 공천의 대표적 사례로 친이계가 내세우는) 유정현 의원의 경우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에서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것이 공천 탈락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별도의 평가에서 현역 의원 중 하위 25%를 탈락시키는 ‘컷오프’와 도덕성 등 다른 주요 기준도 있는 만큼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공천 탈락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광근 이화수 정해걸 이범관 배영식 의원 등은 6일 공천위에 재심 요청서를 제출했다. ○ 친이계 집단행동 움직임
진성호 의원 등 친이계 7명은 2차 공천 결과가 발표된 5일 만찬회동을 갖고 집단행동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번 공천 결과를 ‘친이계 보복 학살’로 규정하고 총선 이전에 새누리당을 탈당해 의석 20석 이상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 의원은 “당 지도부는 여론조사에 기초한 ‘시스템 공천(公薦)’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특정 계파를 죽이기 위한 ‘표적 사천(私薦)’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낙천된 현역 의원들을 추가로 규합해 탈당을 선언하고 정치개혁의 명분을 내세워 당을 새롭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정현 의원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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