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이름으로” 서울 도봉갑 총선 출마… 故 김근태 부인 인재근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일 03시 00분


“운명 직전 ‘행복했다’ 말하자 아랫니 드러내며 웃더군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씨가 1일 서울 도봉구 쌍문동 선거사무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남편의 지역구인 서울 도봉갑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다. 인 씨 옆의 닥종이 조형상 ‘뛰는 김근태’는 부부의 지인인 정신과 의사 정혜신 씨가 2008년 총선 때 “잘 뛰라”는 의미로 직접 만들어 선물한 것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씨가 1일 서울 도봉구 쌍문동 선거사무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남편의 지역구인 서울 도봉갑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다. 인 씨 옆의 닥종이 조형상 ‘뛰는 김근태’는 부부의 지인인 정신과 의사 정혜신 씨가 2008년 총선 때 “잘 뛰라”는 의미로 직접 만들어 선물한 것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생전 부인 인재근 씨(59)를 ‘김근태의 비밀병기’라고 불렀다. 지인들에게 “나보다 훨씬 경쟁력이 센 사람이다. 정치를 하면 나보다 더 잘할 사람”이라고 소개하곤 했다. 예언이었을까. 김 고문이 세상을 떠난 뒤 인 씨는 ‘김근태의 아내’에서 ‘정치인 인재근’으로 변신했다. 남편이 내리 3선을 한 서울 도봉갑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인 씨를 1일 도봉구 쌍문동 선거사무실에서 만났다. 2007년부터 김 전 고문의 사무실로 쓰던 곳으로, 곳곳에 사진, 친필 메모 등 김 전 고문의 ‘흔적’이 가득했다.

―어떻게 지내셨나.

“아직도 남편의 부재가 실감이 안 난다. 동네 주민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김근태 후보입니다’란 말이 튀어 나온다(웃음). 2008년 총선 때 ‘다행히’ 낙선해 남편과 보낼 시간이 많았다. 행복한 안식년이었다.”

―김 고문의 마지막은….

“운명하기 전 내가 귀에 대고 ‘당신이 못다 한 것 내가 하겠다.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행복했다’고 했더니 아랫니가 다 드러나도록 웃는 표정을 짓더라(눈물). 1985년 9월 4일부터 1990년 9월 26일까지 고문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매년 9월이면 열흘 정도 심하게 앓았다. 올해도 그 즈음 악화돼 연례행사인 줄 알았다.”

―김 고문은 자신을 고문했던 이근안 씨를 용서했나.

“여주교도소에 아는 사람 면회를 하러 갔다가 우연히 ‘여기 이근안도 있다’는 말을 듣고 만났는데 이후 고민을 많이 하더라. ‘도저히 용서를 못 하겠다’고…. 한 성직자로부터 ‘용서는 신의 몫’이란 얘기를 듣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고문당한 남편 발뒤꿈치의 뜯겨 나간 살점을 세상에 알리고 가수 이미자의 가요 테이프 중간에 남편의 말을 녹음해 독재정권의 잔인함을 세상에 알렸다. 겁이 나진 않았나.

“전혀. 김근태가 ‘가만히 있어라. 아니면 뒤탈이 날 텐데. 애들은 어떻게 하지’라고 하도 걱정을 하길래 (오히려) 내가 다그쳤다.(웃음)”

―김 고문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살다 간 사람으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 장례기간에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왔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분들이 많았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써달라.”

―김 고문의 별명은 ‘김진지’였다. 2002년 대선 때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고백해 ‘바보’란 별명도 붙었다. 답답하지 않았나.

“전혀. 사람들은 그를 느리다고 평가했지만 그는 앞서 가는 사람이었다.”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2012년을 점령하라’라는 것이 김근태의 유언이었다. 그 실천 방법이 출마라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도 컸다.”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

“함께 사는 아들과 며느리, 막(지난해 12월) 결혼한 딸과 사위가 지역을 나눠 뛰고 있다. 정치하려면 애를 많이 낳아야겠더라(웃음). 아들 내외는 남편 건강이 악화되자 집으로 들어왔는데 전세금이 한꺼번에 7000만 원이나 오른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남편의 지역구를 물려받았다는 비판도 있다.

“물려받은 것은 사실이다. 달게 수용하겠다. 그러나 김근태의 정신을 이어 더 잘하겠다.”

―좌우명은….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고 가르치라’는 성경(출애굽기) 말씀이다. 젊은이들에게 ‘고난의 역사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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