郭 ‘제 식구’ 빼곤 모두 등 돌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郭 “6급승진 철회… 특채 강행”
서울교육청노조 “퇴진운동 불사”

교육청노조 릴레이 ‘1인 시위’ 이점희 서울시교육청 일반직공무원 노조위원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곽노현 교육감이 부당한 인사를 계속하면 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교육청노조 릴레이 ‘1인 시위’ 이점희 서울시교육청 일반직공무원 노조위원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곽노현 교육감이 부당한 인사를 계속하면 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특혜 및 보복성 인사에 대해 교육계 곳곳에서 비판이 잇따르자 29일 기자간담회를 갑자기 열어 “7급 비서진의 6급 승진은 철회하겠지만 다른 계획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의 교사 3명에 대한 특별채용 취소지시를 서울시교육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직권으로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 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은 부당한 인사가 계속되면 교육감 퇴진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 교육청 직원들이 서명운동 벌여

‘교육청을 사조직화하려는 음모를 중지하라.’

이점희 시교육청 일반직공무원노조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 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곽 교육감이 학교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일반직 공무원에게는 과도한 업무부담을 지우면서 자기 사람들은 무더기로 승진시키고 있다. 현장 공무원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인사를 담당하던 이재하 총무과장을 경기 가평의 서울시학생교육원으로 발령낸 데 대해 “총무과장은 일반직 공무원의 수장과도 같은데 이런 식의 보복성 인사는 7000명의 일반직 기능직 공무원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7일까지 1인 시위를 계속하면서 곽 교육감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곽 교육감이 부당한 인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퇴진운동을 시작할 방침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다. 특히 전교조 출신인 비서 1명과 해직 교사 2명을 별도의 공고 없이 공립고에 특별 채용한 데 대한 반발이 크다. 서울 송파구의 A고 교사는 “공립고로의 특채를 바라는 사립교원이 얼마나 많고, 임용시험 경쟁률이 20 대 1은 기본으로 넘는 현실을 안다면 이런 인사는 할 수 없을 거다. 자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른 교원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 郭, 비서진 증원 비난에 “혁신교육 전도사 영입은 큰 행운” ▼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도 “비판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겠다는 뜻이다. 민선 교육감이 특채를 자기 사람 심기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시교육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교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특별 채용된 교사 3명은 교과부가 앞장서 구제해야 할 사람들이었다”며 “곽 교육감 흔들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채널A 영상] 곽 교육감 인사 불만 터져…“항소심 공판 앞둔 밑작업” 해석도

○ 인사 시정할 생각은 없어


논란이 커지면서 곽 교육감은 이날 업무 복귀 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곽 교육감은 “취임 당시 승진 적체 문제가 극심해 5급을 줘도 시원찮을 분들을 7급으로 영입했다. 그래서 (승진에 대해) 당위성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시점상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을 수용해 이 부분은 철회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5급 비서진을 2명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뜻이 맞고 철학이 통하는 몇 분하고 일을 같이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강하게 나왔다. “정광필 전 이우학교 교장은 비서실장, 안승문 전 서울시교육위원은 정책총괄보좌관으로 모실 생각이다. 혁신교육의 전도사인 두 분을 영입한 것에 대해 큰 행운이자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출신 교사 3명의 특별채용도 취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교과부가 특채 취소를 요구하자 “재고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비서로 일했던 이형빈 전 이화여고 교사를 거론하며 “워낙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선생님을 담임으로 만나는 학생은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고 변호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공립학교 교사 채용은 국가위임사무에 해당하므로 교과부가 직접 취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특채된 교사들은 공립학교에서 근무할 수 없다.

이날 간담회에는 보복성 인사대상으로 지목된 이재하 총무과장도 참석해 “자리가 거기밖에 없었고 다른 분들 자리에 가면 또 말이 나올 수 있어 (지방근무를) 자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이 과장이 곽 교육감의 인사 관련 지시를 몇 차례 거부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데 간담회 자리에까지 불러 곽 교육감을 변호하게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총무과장에서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지방근무를 자원한 거지, 처음부터 이 과장이 인사를 희망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곽 교육감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여러 일이 불거지면서 6개월이 흘러 올해 실질적인 임기 2년차를 시작한다. 지금이 역량을 집결해야 할 때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