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정부의 대북 정보력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현행 제도에서는 대북 정보 실패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전직 국가정보원 간부가 지적했다. 1994∼1999년 국정원 해외공작국장을 지낸 정영철 전 연세대 교수는 23일 “국정원은 연령정년과 계급정년을 동시에 도입해 스스로 정보공작 자산을 내다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수집과 비밀공작을 담당하는 인적자원은 최소 5∼10년간 공을 들여야 구축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정보요원들이 작전 성과는커녕 도태될 걱정에 근무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법은 현재 3급은 7년, 2급은 5년 내에 진급하지 못하면 강제 퇴직하도록 하고 있다. 보직이 없는 1급은 곧바로 퇴출된다.
또 정 전 교수는 제3자가 정보요원의 신상이나 정보 출처를 누설했을 때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정보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1979년 10·26사태 직후 김일성 주석의 해외 통화록이 한 국내 월간지에 게재되면서 해당 정보라인이 와해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아울러 국정원이 특정 정권을 위해 동원됐던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는 데 실패한 것도 한국의 정보수집 능력이 초기 단계에 머무르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정원이 한 외국의 정보기관에 업무공조를 요청했지만 ‘수준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사례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정 전 교수는 한국국가정보학회가 24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한반도 정세와 국가정보: 대북정보력 향상을 위한 과제와 방안’을 주제로 개최하는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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