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유명무실했던 법관 재임용 심사 강화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민신뢰 높이기 위해 필요… 인성-자질-성적 엄격히 평가
일부 법관 SNS 논란도 한몫… “탈락자 크게 늘어날 듯” 전망

[채널A 영상] ‘가카새끼 짬뽕-빅엿’ 논란 속 두 판사 운명은…

대법원이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법관 재임용 심사를 크게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평생법관제를 정착시키려면 법관의 인성과 자질, 근무성적을 엄격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최근 일부 법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린 글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것도 재임용 심사 강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법관인사위원회는 지난주 회의를 열어 올 상반기 재임기간이 10년 또는 20년이 되는 법관 180여 명에 대해 재임용 심사를 실시했다. 이후 근무성적이 좋지 않은 법관 5, 6명에게 다음 주 회의에 출석해 소명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SNS에서 ‘가카의 빅엿’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했다가 소속 법원장에게서 구두경고를 받은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도 포함됐다. 대법원은 이들의 소명을 청취한 뒤 16일 법관 정기인사 이전까지 재임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매년 재임용 대상 법관 5∼10명에게 소명 요구 통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최종심사 전에 미리 사표를 냈기 때문에 소명 절차를 거치고도 탈락한 법관은 1988년 이후 3명뿐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향후 진행되는 법관 재임용 심사의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계획이어서 탈락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검사와 변호사를 법관으로 선발하는 법조 일원화가 실시되면 재임용 심사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간담회에서 “법원에 대한 신뢰가 높은 영미 사회에서 법관이 존경받는 이유는 이미 존경받고 있던 사람에게 법관직을 맡겼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법관 채용 과정에서 자질과 도덕성을 엄격하게 검증하겠다는 뜻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 말은 곧 현재 법관으로 일하는 사람이 존경받을 만한 사람인지도 철저히 가려내겠다는 취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튀는 판결’을 줄여 하급심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근무성적이나 언행에 문제가 있는 법관을 엄정하게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법관 재임용 심사 강화안이 제시되는 등 사법부의 변화에 대한 국민의 뜻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에서 재임용 심사 강화방안과 근무평정 개선안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안이 확정되는 대로 향후 재임용 심사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대법원#법관재임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