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vs 박지원… 최고委서 ‘호남 물갈이’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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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광주부터 기득권 버려야”… 박지원 “군사독재 논리”
韓 “위에서 칼질 방식 아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 등 새 지도부가 19일엔 전통적인 텃밭인 광주로 출동했다. 전날 부산·경남(PK)에 이은 두 번째 지방행이다. 광주 방문은 최근 소외론이 제기된 호남을 다독이는 차원이기도 하다.

한 대표는 광주시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주는 군부독재 철폐의 서막을 올린 곳으로 1997년 민주정부를 수립한 근거지이자 2002년 노무현 바람의 진원지”라며 “2012년 광주는 반드시 정권교체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을 비우는 희망을 광주에서부터 만들어가길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호남 물갈이론을 폈다. 그는 “광주·전남 지역을 비롯해 많은 지도자들이 공천 혁명을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지역구를 바꾸고 있다”며 거듭 호남 출신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를 압박했다.

이에 유일한 호남 출신 지도부인 박지원 최고위원은 “공천혁명은 반드시 이뤄야 하지만 군사독재 논리로 호남 물갈이론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견제했다. 전남도당위원장인 이낙연 의원도 “민주당을 보는 광주·전남인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고 했다. 호남 물갈이론을 둘러싼 신경전이 공식 회의에서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한 대표는 최고위 직후 가진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위에서 칼질을 하는 ‘호남 물갈이’란 단어는 우리 당에서는 성립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또 정세균 정동영 의원이 호남 지역구를 버리고 격전지에 출사표를 낸 것을 ‘자기희생’이라고 평가한 뒤 “위에서부터 칼로 몇 퍼센트 자르는 것은 옛날 행태로 공천혁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 25% 공천 배제’ 원칙을 밝힌 한나라당과 차별화하는 동시에 ‘중진들이 자발적으로 희생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지도부는 재래시장인 양동시장을 돌며 설을 앞둔 지역 민심을 살폈다. 가구점을 운영하는 배규환 씨(52)는 “민주당이 인심을 많이 잃었다”고 했다. 장을 보러 나온 박화순 씨(70·여)는 “정권교체를 위해 다시 한 번 민주당을 찍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0일엔 대전에서 최고위를 연다.

광주=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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