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돈봉투 몰라”… 의장직 사퇴 “…”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9일 03시 00분


한나라 ‘조속한 결단’ 압박… “설연휴 전후가 마지노선”박근혜도 직접 나서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민주, 사퇴촉구 결의안 제출

고개숙인 朴의장 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박희태 국회의장이 18일 오전 인천 공항 귀빈실에서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의혹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힌 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고개숙인 朴의장 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박희태 국회의장이 18일 오전 인천 공항 귀빈실에서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의혹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힌 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18일 여야의 의장직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해외순방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박 의장은 인천공항에서 3분가량의 짧은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발생한 지 4년이 다 돼 가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하다. 현재 얘기하라고 한다면 ‘모르는 얘기’라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소정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만 밝혔다. 박 의장은 대신 “사죄하는 마음으로 우선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의장직을 사퇴할 것이냐’ ‘검찰소환에 응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박 의장이 귀국했지만 검찰도 한나라당도 갑갑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속전속결 수사로 돈봉투 문제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길 기대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는 이른바 ‘윗선’ 규명에서 진척을 보지 못했다.

박 의장에게 집중된 가장 핵심적인 의혹은 두 가지. 안병용 한나라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구속수감)이 구의원들을 불러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돈봉투를 돌리라고 지시하며 2000만 원을 건넸다는 의혹과 고승덕 의원에게 300만 원을 전달하려 했던 사건에 어느 정도 개입됐느냐다.

박 의장이 전반적인 과정을 사전에 계획하고 지시했거나 최소한 보고를 받아서 알고 있었는지를 검찰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안 위원장과 박 의장 측근들은 입을 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 의장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캠프에서 재정과 조직관리를 총괄한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에 대한 조사부터 마무리할 방침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민심이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이날 소속 의원 전원(89명) 명의로 박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며 대여공세를 높이고 있어 부담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민주당은 결의안에서 “박 의장이 입법부 수장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검찰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으리라 믿는 국민은 드물다. 공정한 수사를 위해 의장직 사퇴는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 박 의장을 포함한 사건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검찰 수사 협조를 압박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조속히 실체가 규명될 수 있도록 관련자들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국회 문제인 만큼 여야 원내대표가 충분히 만나 조속히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주문했다.

권영세 사무총장도 연석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기자회견 내용이 미흡하다. 박 의장께서 경륜에 걸맞은 결단을 조속히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박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기억이 안 난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수사가 장기화하면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된다”면서 “사건 관련자들이 검찰에 다 출석해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사퇴촉구결의안 동의 여부에 대해 “국회의 수장인 현직 국회의장을 쫓아내듯이 할 수는 없다”면서도 “무작정 기다릴 순 없다. 설 연휴 전후가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며 박 의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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