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용 “친박의 이재오 죽이기” 친박 “계파갈등으로 물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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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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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기자회견서 ‘돈봉투 음모론’ 제기… 이재오도 “나와 MB정부 잡으려는 공세”

안병용 한나라당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13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그는 “돈봉투 사건은 ‘이재오 죽이기’의 전초전”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안 위원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안병용 한나라당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13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그는 “돈봉투 사건은 ‘이재오 죽이기’의 전초전”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안 위원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서울 및 원외 조직을 담당했던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13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검찰이 전대 당시 2000만 원의 돈을 돌리려 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 3시간 전이었다.

그는 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특정 세력의 이재오 죽이기”라며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그가 지칭한 특정 세력은 친박(친박근혜)계다. 친박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음모론 왜?


안 위원장은 “쇄신의 희생양으로 이재오 최측근 운운하며 저를 억울하게 몰아가는 현 상황의 본질은 특정 세력의 이재오 죽이기 전초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돈봉투가 돌았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경선 때 사건들을 수사 의뢰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침묵해 오던 이재오 의원도 이날 보수진영이 마련한 토크콘서트에 출연해 “안 위원장을 ‘친이(친이명박)계 핵심 이재오의 누구’라고 하는 것은 이재오를 잡으려는 음모로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를 잡으려는 악의적 구도”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 2008년 7·3 전당대회 당시 자신이 미국에 두 달째 머물고 있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전당대회 돈살포 의혹과 자신이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트위터에 “천지도 모르고 깨춤 추네. 깜이 엄마가 내뱉은 말이다”라고 썼다. ‘깨춤’이란 가벼운 몸동작을 가리키는 말로 해석하기에 따라 한나라당 일부 비상대책위원이나 자신의 주위를 압박해 오는 검찰 수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위원장의 기자회견이 이 의원의 의중과 무관치 않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친이계 핵심 의원들은 17일 비대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의원총회를 통해 강력한 반격에 나설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안 위원장의 ‘이재오 죽이기’ 음모론 제기에 대해 “너무도 황당한 주장이라서 대꾸할 가치조차 못 느낀다”며 “한나라당 전체에 부담이 되는 사건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터뜨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을 계파 갈등으로 몰아가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2000만 원 의혹을 처음 보도한 동아일보의 9일자 1면 단독 기사를 거론하며 “제보한 구의원들은 (은평갑의 친박계) 모 예비후보를 밀고 있고 신문사 제보 과정에선 전 당협위원장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전 당협위원장)는 이 사건을 단독 보도한 신문사의 워싱턴 특파원, 논설위원을 역임했으며 대선 후보 경선 때 특정 후보(박근혜)의 고문으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이 지목한 전 당협위원장은 기자회견 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2008년 이후 은평구를 떠나 살고 있고 이번 총선은 물론이고 향후 정치도 할 생각이 없는데 무슨 역할을 했다는 거냐”고 일축했다.

○ 구의원들 “안병용 진술 번복 잦아”


안 위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계속 말이 바뀌었다고 그와 대질신문을 했던 구의원들이 주장했다. 11일 검찰 조사 때 안 위원장은 “구의원들을 여의도로 부른 것은 사실이지만 돈도 명단도 준 적이 없다”며 사실 자체를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그럼 왜 불렀는가”라고 묻자 그는 “구의원들이 여의도를 찾아오기 3일 전 은평갑 당협 사무실을 찾아와서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겠나. 구의원 명단을 구해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서울지역 구의원 명단이 적힌 수첩을 복사해서 주기 위해 불렀다”고 말했다는 것. 그 당시만 해도 안 위원장은 문건을 구의원에게 건넨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고 검찰도 이 명단을 제출받은 사실을 숨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인 12일 대질심문 과정에서 한 구의원은 “구의원들은 이미 서울지역 구의원 명단을 수첩으로 다 가지고 있고 인터넷에도 명단이 다 나와 있는데 복사를 부탁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고 검사가 해당 문건을 안 위원장에게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이 명단은 캠프에서 자파와 상대파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내가 만든 것으로, 돈은 안 주고 이 명단은 줬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돈도 명단도 준 적이 없다”고 한 초기 진술을 번복한 셈이다. 이에 한 구의원은 “돈도 안 줄 거면서 이 명단을 왜 준 것이냐”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 13일자 A1·4면 ‘안병용 문건’에 부산 당협 명단도 담겨

○ 안병용은 조직의 달인?


안 위원장은 1992년 ‘꼬마 민주당’의 최연소(34세) 조직국장으로 시작해 1997년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와 함께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2007년 8월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정무특보’를 지냈지만 주로 조직관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가 주 활동 무대였던 그는 2000년대 중반 은평구청장의 연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은평구에 발을 디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2008년 총선 때 예비후보 16명과의 경쟁에서 공천을 따낸 것은 옆 지역구인 은평을 이재오 의원의 역할이 컸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후 안 위원장은 ‘조직의 달인’으로 불리며 2008년과 2010년 전당대회 때 박희태, 공성진, 안상수 후보 등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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