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TK도 “이상돈, 당신이 바로 구태정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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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K 물갈이’ 발언에 직격탄

“‘친이(친이명박)’ ‘TK(대구 경북)’ 식으로 묶어서 바람몰이를 하자는 그게 바로 구태정치다.” “정강정책에서 ‘보수’를 빼자는 것은 당 정체성 자체를 흔들자는 것이다.”

외부에서 온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들의 파격 발언에 당이 들끓고 있다. 이상돈 비대위원의 ‘TK 물갈이론’이 나온 뒤 4일 친박(친박근혜)계 TK 의원들 사이에선 분노에 찬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비대위에서 공천 문제를 다루는 정치쇄신분과위원장인 이 위원은 ‘친이계 핵심 퇴진론’을 펼친 데 이어 3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고향인 TK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위원장의 ‘경제교사’인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은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친이로 묶거나 TK로 묶어서 바람몰이를 하자는 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고 옛날 방식의 구태정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먼저 의정 활동이 시원찮은 사람 등 옥석을 정확히 가리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계파와 지역을 묶어 퇴진시켜서 감동을 주자는 건 일시적인 흥분을 일으키자는 것이며 정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전 최고위원(대구 동을)도 “지역이나 연령, 선수, 친이·친박 계파가 공천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우리가 비대위에 요구하는 건 엄정한 공천 기준과 절차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는 (말이 아닌) 결과물로 얘기해야 한다. 밤새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라며 비대위원들의 ‘장외 발언’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종인 비대위원이 이날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당내 반발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박 위원장이 당 대표였던 2006년 1월 개정된 정강정책에 ‘지난 60년 동안 대한민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주도해온 발전적 보수와 합리적 개혁의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한다’고 규정했다.

정강정책에서 ‘보수’가 삭제된다면 보수정당을 표방해 온 한나라당의 이념적 기반을 버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일각에선 “당 정체성까지 뒤흔든다”는 반발이 나왔다. 나성린 의원은 “‘보수’를 삭제하면 한나라당이 보수당이 아니라 전혀 다른 당이 되는 것인데 상당한 논란이 되는 얘기”라고 경계했다. 비대위 공선공약·정책쇄신을 위한 2분과 대변인을 맡고 있는 권영진 의원은 “분과 첫 회의 및 강령, 정강정책 소위에서 일절 논의되거나 언급된 바도 없는 사안”이라며 “김 위원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진화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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