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쇄신논의, 국민의 바다 아닌 여의도 바닥 속에서 허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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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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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주변에 답답함 토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최근 “당내 물갈이 논란으로 쇄신 동력이 잠식되고 쇄신 논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측근들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의 쇄신 논의가 ‘국민의 바다’가 아닌 당내에 머무르는 데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었다고 한 측근은 4일 전했다. 다른 측근은 “우리가 바라보고 갈 길은 당 소속 의원, 민주당도 아닌 오직 국민인데 쇄신 논의가 물갈이 논란으로 치우쳐 서울 여의도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데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이번 물갈이 논란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면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박 위원장 주변에서는 중요한 정책 쇄신과 인재 영입에 대해선 주목받지 못하고 당내 갈등만 집중 조명되는 데 부담감을 느낀다. 공천 기준 및 절차부터 빨리 정해져야 거기에 맞는 인재 영입 작업을 본격화할 수 있는데, 물갈이 명단부터 거론되면서 잡음만 나오는 형국이라는 것.

박 위원장이 비대위 비공개 회의 때 비대위원들에게 “개인 의견은 자제해 달라”고 했고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의 단합도 강조했지만 친이(친이명박)계는 물론이고 대구 경북(TK) 의원들의 반발도 크다. 박 위원장이 아직 보고도 받지 못한 ‘5% 룰’(당 지지도보다 5%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낮은 현역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안) 아이디어 때문에 당 전체가 술렁이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가장 큰 고민은 당내 혼란을 천천히 추스르고 매끄럽게 마무리하고 가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원래 박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때부터 현장을 많이 다니려고 했지만 일단 비대위 분과위 구성이 마무리되고 대략의 쇄신 방향이 나온 뒤로 조정했다.

박 위원장의 측근은 “비대위가 박 위원장의 거수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였다는 건 입증되지 않았느냐”라면서도 “박 위원장은 이번 쇄신작업이 실패하면 본인은 물론이고 당도 다 같이 죽는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내 갈등을 일부 감수하더라도 압축적인 쇄신 성과로 국민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 위원장은 이날 ‘201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 참석 후 기자들에게서 “기득권 배제 언급이 총선 불출마를 의미하느냐”는 물음에 “지난번 (비대위원장) 수락연설 내용하고 같은 얘기”라며 출마 여부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서울 출마 가능성은 생각해본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예”라고 답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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