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에서도 ‘대선주자 및 중진 적지(敵地) 출마론’ 등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을 시작으로 인적쇄신 바람몰이에 나선 상황과 같은 맥락이다. ‘여당이 꿈틀대는데 야당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당권 도전에 나선 김부겸 의원은 4일 광주지역 언론간담회에서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등 당내 대선주자들이 서울 강남 등 한나라당 강세 지역에 출마해 격전지를 만들어주면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압승할 수 있다”며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에게도 적진을 돌파하는 용단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3선인 김 후보는 불모지인 대구 출마를 선언했다.
이인영 전 최고위원도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이유로 서너 번 공천을 받는, 낡은 정치의 종말을 선언한다”며 호남 물갈이론을 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쇄신 바람을 일으키며 여론의 주목을 받은 이후 당 곳곳에선 이런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김 후보가 거명한 대선주자들은 시큰둥했다. 손학규 전 대표 측은 “당을 위해 필요한 일은 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선 강남 출마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내리 4선을 한 호남 지역구를 버리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전 최고위원 측은 “이미 기득권을 포기했다”고 일축했다. 2008년 18대 총선 때 전북 전주덕진에서 서울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겼다가 이듬해 재·보궐선거 때 탈당까지 하면서 전주로 되돌아간 정동영 전 최고위원은 이번에도 전주 출마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당 밑바닥도 들썩이고 있다. 서울에서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치 신인들은 5일 국회에서 중진들의 적지 출마를 촉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호남 3선인 김효석 의원과 경기 안산의 4선인 천정배 의원이 ‘험지(險地)’라고 할 수 없는 서울 강서을과 동대문갑 출마를 검토 중인 데 대해서도 “또 다른 기득권 행사로 이에 감동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적지 출마론에 대해 “지역구를 옮기는 것이 과연 개혁이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지만, 한나라당의 물갈이론과 맞물릴 경우 정치권 전반에 공천혁명 폭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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