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97, 소용돌이 치는 부산 민심 르포… 4대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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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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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兩文 활짝? 문재인은 호감… 문성근은 평가 엇갈려”
② 물갈이가 대세? ③ 朴風 vs 安風 누가 셀까 ④ 미워도 한나라?

부산은 4·11총선의 핵이다. ‘부산 승리’가 ‘총선 승리’라는 정치권의 공감대는 이제 확고부동한 믿음이 됐다.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낙동강 전투’에 임하는 이유다.

한나라당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부산 18개 선거구 가운데 17곳을 휩쓸었다. 하지만 4·11총선을 97일 앞둔 1월 4일 여권에 대한 부산의 민심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고개를 저었다. 부산 출마를 선언한 야권의 ‘문성길 트리오(문재인 문성근 김정길)’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 있다.

① 양문(兩文) 바람 부나

부산 민심은 한나라당에 대한 거부감이 커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야당을 찍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누가 실현가능한 대안을 내놓느냐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였다.

사상구 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자갈치시장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문영 씨(56)는 “문재인 씨는 선동주의자도 아니고 국정운영 경험도 있으니 잘하지 않겠냐”고 했다. 부산대 문헌정보학과의 한 교수는 “문 이사장은 진정성이 있고 여론의 호응도 커 당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문재인 바람이 부산 전체로 퍼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반면 북-강서을 출마가 예상되는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동아대 로스쿨에 다니는 한 여대생(26)은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했지만 50대 택시운전사(50)는 “너무 강한 좌파다. 부산과도 인연도 없지 않으냐”라고 했다. 시장 상인들과 직장인들도 “부산 사람은 도깨비처럼 뜬 사람은 안 좋아한다”고 했다.

② 현역 불출마 선언의 파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영도)을 비롯해 초선인 현기환(사하갑) 장제원(사상)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현역 물갈이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택시운전사 김모 씨(72)는 “김무성은 박근혜를 배신하지 않았느냐”고 했고, 회사원 강모 씨(41)는 “신공항 백지화,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났을 때 다선 의원들이 한 게 뭐 있나. 폼이나 잡고 이명박 눈치나 봤지”라고 성토했다. 정의화 의원(4선·중-동)에 대해서는 “4번이나 뽑아줬는데 지역이 제일 낙후돼 있다”, 안경률 의원(3선·해운대-기장을)에 대해서는 “친이계 핵심이라면서 동부산관광단지 개발 문제 하나 못 푸느냐”는 불만이 강했다.

다만 이행봉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역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민의를 대변할 새로운 인물에 대한 부산 시민의 열망을 표출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③ 박풍(朴風)과 안풍(安風) 맞붙으면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한 부산의 여론은 ‘엄마는 이래서 좋고, 아빠는 저래서 좋다’는 식이었다. 박 위원장에 대한 신뢰는 세대와 계층을 초월해 강한 편이었다. 한나라당 시당 관계자들은 “공천이 시민의 뜻대로 이뤄지고 박 위원장이 총력 지원만 해준다면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했다. 사상공단에 근무하는 박모 씨(37)는 “박 위원장은 원칙과 신뢰를 지켜온 유일한 정치인 아니냐”며 “때를 기다려온 호랑이 같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에 대한 기대감과 호감도 높은 편이었다. 자영업자 주모 씨(65)는 “안 교수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바로 세울 것 같다”고 했다. 한 대학교수는 “안 교수는 신선하고 깨끗한 데다 부산 출신이어서 시민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④ ‘미워도 한나라당?’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이 창당 이후 최악이지만 당 지지율은 여전히 35%를 웃돌고 있다. 대안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뿌리 깊은 여당 지지 정서가 콘크리트 지지율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장년층과 노년층에서 ‘미워도 한나라당’ 정서가 강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대학생 이모 씨(27·국문과)는 “부산에서 한나라당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50% 이상이었는데 이번에 30%대로 내려간 것”이라며 “갈 데까지 간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행봉 교수도 “표를 찍는 상황으로 놓고 보면 실제 지지율은 30% 이하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성환 동아대 교수(경영학)도 “민심 이반으로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현재 의석의 상당수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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