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애도기간 탈북 적발… 김정은 “3대 몰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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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도 기간에 탈북을 시도하는 주민들에 격노해 “3대를 몰살시켜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3일 북한 양강도 주민과 국가안전보위부 간부의 말을 인용해 최근 탈북하려다 붙잡힌 이 지역 고모 씨 가족의 사례를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고 씨는 19일 오후 11시 반경 부인과 두 딸을 데리고 압록강을 건너려다 국경경비대에 체포됐다. 고 씨는 김 위원장 사망 이전부터 탈북을 준비해 왔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이는 김 위원장 애도 기간에 발생한 중대사건으로 규정돼 김정은에게 보고됐고 그는 “이럴 때 탈북한 자들은 역적으로 간주해 3대를 몰살시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21일 새벽 혜산시 춘동에 살고 있던 고 씨의 부모와 형제들까지 어딘가로 잡혀 갔다고 RFA는 전했다.

이런 움직임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탈북자가 급증할 가능성에 북한 당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혹독한 추위에 식량난까지 가중되면서 주민들이 동요할 경우 대량 탈북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위태로워 수개월 안에 아사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지방에서는 당국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을 애도하는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의 경우 주민과 군인들이 조문을 하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RFA는 전했다. 이 때문에 지방의 추모 소식을 보도하기 위해 조선기록영화촬영소에서 신의주로 파견된 촬영팀이 촬영을 하지 못했고, 이후 평북 보안국과 국경경비대 등을 중심으로 충성심이 부족하다며 강도 높은 ‘사상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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