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도 기간에 탈북을 시도하는 주민들에 격노해 “3대를 몰살시켜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3일 북한 양강도 주민과 국가안전보위부 간부의 말을 인용해 최근 탈북하려다 붙잡힌 이 지역 고모 씨 가족의 사례를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고 씨는 19일 오후 11시 반경 부인과 두 딸을 데리고 압록강을 건너려다 국경경비대에 체포됐다. 고 씨는 김 위원장 사망 이전부터 탈북을 준비해 왔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이는 김 위원장 애도 기간에 발생한 중대사건으로 규정돼 김정은에게 보고됐고 그는 “이럴 때 탈북한 자들은 역적으로 간주해 3대를 몰살시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21일 새벽 혜산시 춘동에 살고 있던 고 씨의 부모와 형제들까지 어딘가로 잡혀 갔다고 RFA는 전했다.
이런 움직임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탈북자가 급증할 가능성에 북한 당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혹독한 추위에 식량난까지 가중되면서 주민들이 동요할 경우 대량 탈북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위태로워 수개월 안에 아사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지방에서는 당국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을 애도하는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의 경우 주민과 군인들이 조문을 하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RFA는 전했다. 이 때문에 지방의 추모 소식을 보도하기 위해 조선기록영화촬영소에서 신의주로 파견된 촬영팀이 촬영을 하지 못했고, 이후 평북 보안국과 국경경비대 등을 중심으로 충성심이 부족하다며 강도 높은 ‘사상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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