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연기한 본회의, 시작 10분전 돌연 취소… 野 3일째 외통위점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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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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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직권상정說 경계

고함만으론 부족? 삿대질 설전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오른쪽)이 3일 야당 의원들이 점거한 외통위 회의장 입구에서 무소속 조승수 의원(왼쪽)과 서로 삿대질을 하며 격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고함만으론 부족? 삿대질 설전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오른쪽)이 3일 야당 의원들이 점거한 외통위 회의장 입구에서 무소속 조승수 의원(왼쪽)과 서로 삿대질을 하며 격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국회는 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온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가 취소됐지만 이번엔 ‘10일 직권상정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 긴박했던 국회


오전 7시. 국회는 본청 건물에 대한 출입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외부세력이 국회로 들어올 수 있다는 첩보에 따른 조치였다. 내년도 예산 심의 등을 위해 본청을 찾은 의원 보좌진은 곳곳에서 국회 방호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전 8시 40분 본청 출입제한 조치는 해제됐지만 국회 주변에는 14개 중대 1500여 명의 경찰이 배치돼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오전 8시. 국회 귀빈식당에서는 민주당 손학규, 민주노동당 이정희,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등 야 5당 대표들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표들이 모여 ‘비준안 저지를 위한 결사 항전’을 재확인했다. 손 대표는 “이명박 정권이 국익에 손해를 끼치는 FTA를 강행 통과시키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점거 농성이 사흘째 이어졌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위원장은 오후 1시 반 기자회견을 자청해 “오늘은 회의를 열지 않을 테니 회의실 불법 점거 사태를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민주당 손 대표를 향해서는 “민노당과 함께해 (내년 총선에서) 몇 석 더 얻으려 하는 것이라면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꿈은 버리라”고 비난했다. 또 “몸으로 (FTA 비준안 처리를) 막으려는 민노당과 대화하지 않을 것이다. 민노당 김선동 의원을 더는 외통위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야당의 점거 농성이 계속되면서 남 위원장은 방한 중인 에스토니아 외교위원장 일행을 자신의 방이 아닌 농림수산식품위 소회의실에서 접견했다.

여야 간에 감돌던 전운은 오후 3시 본회의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다소 누그러졌다. 본회의는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다가 한나라당 의원총회로 인해 한 차례 연기됐다. 이어 개의를 불과 10분 앞두고서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한나라당 이명규, 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안건도 몇 건 없는데 굳이 오늘 본회의를 열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고, 여야는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장실 관계자는 “12월 말에 처리해도 한미 FTA는 내년 1월부터 발효되는 데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야권의 ‘무조건 FTA 반대’ 장면을 계속 노출해 자연스레 비준안 처리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 청와대, 부글부글


한나라당은 대국민 여론 호소에 주력했다. 홍준표 대표는 “민주당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상황을 연출하면서 한미 FTA를 총선용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민주당 손 대표는 물론 (한미 FTA를 체결할 당시 노무현 정부 요직에 있었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만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 기간인 이날 비준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 좌절되자 여당 원내 지도부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민주당의 반대는 예상됐던 것이었던 만큼 여당이 애초부터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마디로 철학 부재, 전략 부재”라며 “과반 여당이 국가 대사 하나를 표결로 통과시키지 못해서야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하루빨리 여권 전체가 단합해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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