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FTA-예산안 처리후 靑 떠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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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 ‘인적 쇄신론’ 확산

임태희 대통령실장(사진)은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끝낸 뒤 청와대를 떠나겠다. 물러나더라도 시급한 현안을 마무리한 뒤에 하는 게 책임 있는 공직자의 도리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와대 개편도 12월 초 예산안 처리가 끝난 직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 실장은 “내년도 총선 때 (2000년 이후 자신의 지역구였던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분당을을 제외한 제3의 지역구 출마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총선 불출마 선언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의 10·26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선(先)민생수습, 후(後)인사개편’이라는 방침을 밝힌 뒤 임 실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2040세대 민심수습 방안부터”


임 실장은 향후 자신이 마무리해야 할 과제로 한미 FTA 처리와 내년 예산안 확정을 꼽았다. 임 실장은 여야 원내대표가 내년 예산안을 헌법상 처리 시한(12월 2일) 안에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서약서’를 언급하면서 “야당도 서약서를 쓴 정신에 따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예산안이 약속대로 처리되면 임 실장은 12월 초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예년처럼 몸싸움이 이어질 경우 그의 사퇴 시점은 늦어질 수도 있다. 임 실장은 이 대통령이 ‘당분간 유임’ 방침을 밝히면서 그에게 과제로 부여한 2040세대의 민심 수습 방안도 앞으로 1개월 안에 마련해야 한다.

임 실장은 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체제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 “홍 대표 역시 선거 패배 후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홍 대표는 내게 ‘그럼에도 당을 살려내는 게 대표의 제1책무’라고 했다. 대표 자리를 누리려는 생각이 전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최근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면 11월 15일 전후로 퇴직 의사를 밝혀 달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석이 될 자리를 확인한 뒤 순차적으로 후속 인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수순으로 읽힌다.

○ 쇄신파, 인사비서관실 폐지 요구


선거 패배 후 면모 일신을 요구해온 한나라당 쇄신파들은 1차 타깃으로 당 지도부보다는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첫 번째 패인이 ‘MB 심판론’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28일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이 ‘오만과 불통’의 청와대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쇄신파들은 인사 실정을 거듭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의 폐지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통령실장 직속 인사비서관실은 각종 인사의 추천을 담당하고 있다.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 이후 청와대는 인사시스템을 바로잡겠다며 대통령실장(장관급)과 인사비서관(1급) 사이에 인사기획관(차관급) 자리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계속 공석으로 두다 지난해 12월 기획관 자리를 폐지했다.

당시 인사기획관 자리를 두고 친이(친이명박)계 내부의 각종 세력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마지막까지 인사를 못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만큼 현 정부의 인사가 ‘나눠 먹기식’으로 이뤄졌다는 게 쇄신파들의 주장이다.

정 의원을 비롯해 남경필 최고위원과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등 당내 쇄신파들은 31일 첫 모임을 열고 당과 청와대 쇄신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모임에는 김성식 김세연 김용태 홍정욱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파들은 청와대 인적 쇄신과 함께 “현 지도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는 만큼 박근혜 전 대표 등 당내 유력 대선주자들이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 “누가 공천권 쥘 것인가의 싸움”


다만, 쇄신파의 주장이 얼마나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가 쇄신파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재·보궐선거, 지방선거 등에서 참패할 때마다 쇄신파들이 목소리를 높였으나 지금까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점도 쇄신파의 고민이다. 오히려 올해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쇄신파가 세를 불려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변을 일으키는 등 당내 주도권을 잡았으나 젊은층의 불만과 불신은 더 커진 상태다.

이재오 전 특임장관도 대대적인 쇄신의 필요성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 전 장관은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지력이 다한 땅에 아무리 땀흘려 농사지은들 쭉정이밖에 더 있겠는가. 내년 농사를 잘 지으려면 객토(客土)를 하든, 땅을 바꾸든 해야 할 걸세. 나는 원래 농사꾼이었지”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그는 “친구야, 네 삶을 돌아보아라. 어느 것 하나 치열하게 살아오지도 않고 어떻게 감동을 준다는 말인가”라고 적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인적 물갈이를 위해 자신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결국 총선에서 누가 공천권을 쥘 것이냐의 싸움 아니겠느냐”며 “최종 선택은 박 전 대표에게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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