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죤 ‘청부폭력 막장드라마’ 창업주 구속으로 막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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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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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재 회장 사전영장 청구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판사 오인서)는 13일 이은욱 전 피죤 사장(55)을 청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죤 창업주 이윤재 회장(77·사진)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회장은 현직 피죤 이사 김모 씨(50·구속)를 통해 조직폭력배 오모 씨 등 4명에게 이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사주한 데 이어 이들에게 도피하라고 지시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상해교사 및 범인도피)를 받고 있다. 이 회장 구속영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7일 오후 2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 소송으로 이어진 ‘저질 드라마’

이 회장과 이 전 사장의 갈등은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장점유율이 50%대에서 20%대로 급락하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피죤은 2월 유한킴벌리 영업·마케팅 담당 임원이었던 이 전 사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 전 사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피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사장이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대우개선에 나서자 이 회장이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회장은 이 전 사장이 5월경 개최한 직원 워크숍을 문제 삼았다. 한 전직 임원은 “워크숍에서 지출된 경비 명세를 10원 단위까지 적어 내라고 하는 등 받아들이기 힘든 간섭이 많았다”고 전했다. 갈등 끝에 6월 해임된 이 전 사장은 함께 해임된 김모 전 상무와 7월 서울중앙지법에 해고무효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전 사장 측은 “해고의 직접적인 사유는 이 회장 측이 회삿돈을 전용하는 것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죤 측은 해임 사유를 “공동대표이사로 등기하기로 한 임원위촉계약 내용과 달리 각자 대표이사로 등기하고 독단적으로 비용을 지출하는 등 회장의 결재권을 배제하고 경영권을 침탈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 청부폭행도 불사

이 회장은 김 이사에게 “이 전 사장이 소송과 언론 보도로 회사에 해를 끼치니 겁을 주든지 해서 문제를 막아보라”라고 지시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시인했다. 김 이사는 광주 무등산파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이 전 사장 자택 앞에서 이 전 사장을 폭행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사건이 접수되자 사고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화면 1000여 시간 분량을 뒤져 범인들의 얼굴과 차량 번호판이 찍힌 장면을 찾아내 검거했다. 이후 조직폭력배들이 사용한 선불 휴대전화의 배달명세와 통화기록을 중심으로 수사해 김 이사까지 구속했다. 6일 실시된 이 회장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는 폭행을 지시한 날짜와 1억5000만 원씩 폭행 대가를 전달한 날짜가 표시된 달력이 나오기도 했다. 조사 과정에서 김 이사의 지시를 받아 조직폭력배들을 움직인 오 씨가 폭행 대가를 갖고 달아나 ‘배달사고’를 낸 사실까지 드러났다.

○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피죤에는 이 전 사장 외에도 유난히 짧은 기간 재임한 전문경영인과 임원이 많다. 2007년 이후 취임한 피죤 대표이사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다. 2007년 1월 1일부터 2011년 6월 10일까지 근무한 임원 38명 중 1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단 1명에 불과했다. 최근 피죤에서 퇴사한 전직 직원은 “부당한 조치를 내린 뒤 돈으로 무마하는 일이 많다보니 임원들이 회장실로 불려 가면 직원들끼리 ‘로또 맞으러 간다’고 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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