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변명 말고 인정하세요… 땀 자주 닦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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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앞둔 공직후보자 말투-표정 ‘족집게 과외’ 성행…컨설팅업체들, 부정적 이미지 줄까봐 고객정보 안밝혀

“‘위장전입 했느냐’ 등 부정적인 질문이 나오면 사실일 경우 ‘제 부덕의 소치’라고 먼저 잘못을 인정하세요. ‘관행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부터 늘어놓으면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키죠.”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업체 메타윈 태윤정 대표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고위공직 후보자에게 강조하는 팁 중 하나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에게 화술부터 표정 제스처 의상까지 ‘족집게 과외’를 해주는 청문회 컨설팅이 성행하고 있다. 실제로 한상대 검찰총장은 지난달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컨설팅회사 ‘예라고’의 조언을 얻어 리허설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측근은 13일 “(14일 청문회를 앞둔) 김 후보자도 당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스피치 코치를 해주는 분들로부터 국무위원으로서의 말하기에 대한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문회 컨설팅이 각광받는 이유는 사생활을 낱낱이 추궁당하는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흠결보다 자질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한 검찰총장 등 장관급 인사 6명의 컨설팅을 맡았던 허은아 예라고 대표는 “충실한 자료 조사를 통해 후보자가 걸어온 길과 화법, 기관이 후보자에게 바라는 역할까지 분석한다”며 “청문회 전 유념해야 할 리스트를 건네 ‘스피치 전략’을 각인시킨다”고 밝혔다.

태윤정 대표는 후보자에게 “두괄식으로 답하라”고 조언한다. 결론부터 말하고 부연설명을 해야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태 대표는 “땀을 자주 닦거나 물을 마시는 행동은 무언가를 감추거나 초조한 모습처럼 비쳐 금한다”고 말했다. 의상도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블루 또는 옐로 계열 넥타이 대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무채색을 권한다는 것.

청문회 컨설팅을 맡았던 전문가들은 자신의 고객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을 꺼렸다. 청문회를 앞두고 리허설을 한다는 게 우리 정치 문화에선 자연스럽게 인식되지 않는 측면이 있어 후보자들이 조심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태 대표는 “말 한마디나 행동이 나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만큼 장관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청문회에서의 소통은 중요하다”며 “사비를 털어 컨설팅을 받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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