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러 가스관, 北이 끊으면 러가 배로 공급”… 李대통령 TV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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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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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앞둔 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생중계된 TV토론 ‘대통령과의 대화’에 출연해 패널과 대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상무 KBS앵커, 오종남 서울대 초빙교수, 이 대통령, 홍성걸 국민대 교수, 정은아 아나운서.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앞둔 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생중계된 TV토론 ‘대통령과의 대화’에 출연해 패널과 대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상무 KBS앵커, 오종남 서울대 초빙교수, 이 대통령, 홍성걸 국민대 교수, 정은아 아나운서.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은 8일 밤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서 80분 동안 열린 전문가 패널과의 좌담회에서 복지예산, 감세철회, 물가억제, 보육정책, 남북관계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경제정책은 헌법(처럼 고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며 전날 당정이 합의한 감세정책 철회는 불가피한 선택이란 점을 설명했다.

○ “균형재정 위해 정치권 협조 요구”

이 대통령은 감세정책 철회 배경에 대해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는 이미 낮췄고 이번 정기국회를 맞아 중소기업을 위한 세율은 2%를 계획대로 낮췄다”며 “대기업은 이익이 많이 났으니까 2, 3년 유예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정치권 요구대로라면 예산이 60조∼80조 원이 드는데 나도 (복지를 위해) 펑펑 쓰면 인심도 얻고 지지율도 올라가겠지만 아들딸 세대에 가면 큰 부담이 된다”며 “나의 정책이 10년 뒤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는 나로선, 내가 직업정치인도 아니고,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단호한 뜻을 보였다. 또 “2013년에 균형재정을 실현하겠다는 것은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정치권도 협조해 달라는 뜻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 “물가 연말까지 4% 넘을 것”

이 대통령은 통계숫자보다 체감 물가가 더 높다는 지적에 “물가를 딱 잡을 방법은 없다”며 “다만 최선을 다하면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까지 물가가 5% 좀 넘게 올랐다. 연말까지 4%가 넘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4% 물가 상승을 언급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겨울 배추 파동을 언급하며 “배추값은 매일 들여다보고 있다”고도 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장우선주의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는 “성장과 물가는 관계가 없고, 정부 정책은 물가 쪽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올여름 이후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여온 청년 실업문제와 관련해 “대학을 가야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고졸이라도 된다. 당장 어떻게 한다고 얘기하지 못하겠지만 필요한 자리를 잘 매칭하면(맞춰보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저출산시대의 보육 문제를 거론하자 “우리 출산율이 겨우 (부부 2명이) 1.15(명)였다가 금년 들어 1.22가 됐지만 너무 낮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정부가 영유아 보육을 책임져 줄 것인가 하는 것으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기업들이 자기 종업원에게는 보육시설을 짓는 등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만 낳으면 나라가 키워준다는 정도로 발전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는 복지정책과는 다른 개념”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 “남북정상회담 할 수도”

이 대통령은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해 “북한이 금강산(관광)처럼 중간에 가스를 끊으면 어찌하느냐 걱정하는데,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중간에 끊어지면 러시아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끊어질 경우 가스관 공급과) 동일한 가격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배로 보내는 것을 러시아와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가스관은 러시아 돈으로 설치하고 러시아가 (공급도) 책임지는 것”이라며 “북한과 러시아가 얘기하고 우리와 러시아도 얘기하고 있어 어느 시점이 되면 3자가 함께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임기 중에 안 할 수도 있고 할 수도 있다”며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이 정상적 관계로 먼저 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도 살리고 국가 안보도 유지시켜 주는 측면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것이 진정한 정상회담 의제”라고도 했다.

최근 통일부 장관의 교체가 대북정책 기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대통령 기조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지 통일부 장관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섣부른 변화 전망을 경계했다. 독도 방문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가고 싶으면 연내라도 간다. 울릉도가 내 고향땅이다”고 말했다.

○ “국회 멀리하는 게 아니다”

이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국회)’와 거리를 두는 이유에 대해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바라는 것”이라며 “호남에서도 여당이 당선되고, 영남에서도 야당이 당선돼야 원활한 대화 채널이 만들어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에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질문에 “해야 할 일은 하루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지금은 세계가 위기상황이니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서 공개한 외교 전문에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이명박 사원을 잘 지켜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을 ‘잘 돌봐주라’는 말로 오해해 이 대통령을 고속 승진시켰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그 얘기를) 믿는 사람이 있겠느냐. 사실 (현대) 입사 5년 동안 매달 회사에서 동태 보고를 중앙정보부에 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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