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이어도 놓고 ‘EEZ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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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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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에서 80해리… 中 퉁다오 섬에서 133해리


이어도는 한국과 중국의 영해 바깥에 있기 때문에 영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의 대상은 아니다. 이어도 문제의 본질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둘러싼 한중 양국의 견해차에 있다. 유엔 해양법에 따라 각 국가는 연안 바깥 200해리까지 EEZ를 설정할 수 있다.

이어도는 제주 마라도에서 149km(약 80해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한국의 EEZ에 포함된다. 중국의 퉁다오 섬에서 이어도까지(247km·약 133해리)도 200해리 안이지만 제주 마라도와 이어도 간 거리가 더 가깝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어도가 당연히 한국의 EEZ에 속한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한중 양국 연안 간 거리가 400해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국이 서로 EEZ 200해리를 주장하면 EEZ 수역이 겹치게 된다. 해양법은 이 경우 당사국이 협상을 통해 해상경계선을 획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EEZ 경계 획정 협상은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중 양국은 매년 EEZ 경계 획정을 위한 회담을 열고 있으나 아직 양국의 견해차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은 서해안, 남해안과 중국 대륙의 연안 간 중간 지점을 이은 중간선을 기준으로 양국의 EEZ를 구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이 중간선으로 확정되면 이어도는 한국의 EEZ 안에 포함된다.

그러나 중국은 양국 해안을 사이에 둔 중국의 영토가 한국의 영토보다 훨씬 넓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중간선을 그어 EEZ를 구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영토 크기를 감안해 중간선보다 한국 쪽으로 더 가까운 선으로 EEZ를 획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 선이 한국 측 해상으로 얼마나 더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면 이어도는 중국 EEZ에 포함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한중 양국의 경계 획정 협상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이 이어도에 대한 EEZ 권리를 제시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특히 이어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수심 200m까지인 대륙붕의 경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2009년 유엔의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중국의 대륙붕이 이어도까지 연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대륙붕에 대해서도 자국의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 문제 등 영토 및 해상경계선 분쟁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3년 전 조약국에서 영토분쟁을 다루는 국을 따로 떼어 신설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관공선이 이어도 인근 해상에 나타나 자국의 EEZ 침범이라고 주장하며 한국 선박의 인양 작업 중단을 수차례 요구한 것이다. 한국은 비록 중국이 이 사건에 대해 미안하다는 뜻을 전해왔지만 한중 간 EEZ가 획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어도가 분쟁지역으로 비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칫 이어도 문제가 ‘제2의 독도’ 문제로 비화되면 한중 양국의 EEZ 경계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배타적경제수역(EEZ) ::


유엔 해양법이 각국의 연안에서 200해리(약 370km)까지 거리에 있는 모든 자원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하는 수역. 그러나 양국 해안 간 거리가 400해리가 되지 않을 경우 당사국이 별도의 협상을 통해 EEZ를 획정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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