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5일 대동강 수해 사진은 조작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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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행인 옷 물에 안젖고 다리 경계 부분도 뭉개져… 다른 사진서 오려붙인 흔적”北, 국제사회 지원 노린 듯

최근 북한의 대동강변 수해 장면을 담은 사진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노리고 수해를 과장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AP통신은 18일 자사 고객에게 보낸 ‘Photo Kill(사진 삭제)’이라는 제목의 공지를 통해 “이틀 전 송고한 북한의 대동강변 수해 사진이 디지털 기술로 조작돼(digitally altered) 실제 모습과 다르다”며 고객에게 삭제를 당부했다.

문제의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6일 계약사인 AP통신 등에 전송한 것이다. 평양 내부 대동강이 침수돼 주변 도로에 물이 차오른 상태에서 주민 7명이 걸어가는 장면을 담고 있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물에서 바지를 걷어 올린 채 자전거를 끌거나 물길을 헤쳐 가는 모습이다.

AP통신은 사진이 변형된 주요 근거로 자전거를 끄는 사람을 지목했다. 흙탕물과 자전거의 경계가 매끄럽지 못한 점을 들어 이 부분을 다른 사진에서 오려 붙여 합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AP통신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진이 포토샵으로 처리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디지털사진 전문가인 황선구 서울예술대 교수도 “역광상태에서 좌측 가로수의 그림자가 6시 방향으로 드리워져 있는데 물에 잠긴 도로를 걸어가는 평양 시민들에게서는 나무와 같은 방향의 그림자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무릎 위까지 물에 잠긴 상황에서 맨 뒤쪽에서 걸어오는 할머니와 비교할 때 앞쪽 5명의 옷은 젖어있는 흔적이 없고 물과 다리가 접해 있는 부분의 경계도 뭉개진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수해 사진을 외부에 공개할 경우 물에 잠긴 풍경 정도만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주민들의 모습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북한식 촬영법에서도 벗어난다.  
▼ 北, 2008년에도 김정일 사진 조작 의혹 ▼

조선중앙통신은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조작한 의혹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이 군부대를 시찰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에서 김 위원장의 그림자와 함께 찍은 군인들의 그림자 각도가 서로 다르고 일부 픽셀(화소)이 깨져 있어 조작 논란이 일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직후였다. 2009년 7월 노동신문에 실린 김 위원장 사진에서는 ‘우리 장군님과 끝까지 뜻을 같이하자’는 구호판이 삽입되기도 했다.

이번에 다시 사진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북한 매체들이 최근 보도한 수해 피해 상황의 진위도 의심받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7일 황해남도 지역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등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조선중앙통신도 “조선 각지에서 12∼15일 내린 무더기비로 1만5000여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그중 1만 정보는 완전히 물에 잠겼다”고 전했다. 1정보가 3000평(약 9900m²)이므로 북한이 주장하는 침수 농지는 여의도 면적의 17배가 넘는 148km²에 이른다. 앞서 12일에도 이 통신은 태풍 메아리로 2만1000여 정보(여의도 면적의 약 24배)의 농경지 침수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은 막상 태풍 메아리가 북상하던 지난달 말에는 수해 상황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신보는 지난달 30일 “태풍5호 메아리가 조선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소멸됐다. 이번 비는 농사에 말 그대로 ‘복(福)비’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랬던 북한이 뒤늦게 수해 보도를 잇달아 쏟아내는 것은 수해 복구 지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현재까지 북한의 수해 규모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은 18일 대북 수해 지원 여부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검토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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