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4일 펴낸 '문재인의 운명'이란 책의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야권 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문재인 대망론'과 맞물려 그의 행보에 다시 한번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그는 "정치적 행보로 비칠 수 있다"며 출판기념회도 열지 않기로 하는 등 여전히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친노 진영을 중심으로 "직접 나서라"는 요구가 확산되면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일단 내년 총, 대선을 겨냥한 야권통합의 역할론을 고리로 본격적으로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자서전 성격의 이 책에서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힘 모으기에 실패하면 어느 민주개혁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좌우 양쪽의 협공을 받았던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며 "집권 후 분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단일화 보다는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문 이사장의 책이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한 15일 반나절 만에 초판 1만5000부가 다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지자 친노 진영에서는 고무된 분위기도 역력하다.
친노 핵심 인사는 "2만부에 대한 추가 인쇄에 들어간 상태로, 문 이사장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며 "인지도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16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책을 헌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안팎에선 '투톱'인 민주당 손학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여론이 확산된다면 문 이사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친노 핵심 인사는 "본인은 여전히 대선 출마에 부정적이지만 총선 결과 등에 따라 시대적 요구가 그를 운명처럼 옭아맬 수도 있다"며 "안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결국 본인도 감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누가 (대선 후보가) 돼야 하느냐 하는 인물의 문제 보다는 통합의 문제가 더 절실한 상황"이라며 "통합이 이뤄져야 누가 후보가 됐든 승부를 해 볼 수 있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역할이 있다면 돕겠다. 우선은 이런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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